통화 당국이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금리 인상에 나서 경기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민간연구소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부동산 버블 해소를 위한 금융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영국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의 선제적 금리 정책을 소개하며 한국은행의 '실기(失期)'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금리 정책 효과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 주택 버블 형성 초기인 2003년 11월부터 이후 9개월 동안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또 이후 런던 지역 주택 가격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자 작년 8월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반대로 신속히 금리를 내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통화당국의 경우 거품이 본격 형성되기 시작한 2002년부터 작년 말까지 계속 저금리 정책을 고집했다.

연구원은 부동산 뿐 아니라 경기 측면에서도 한국은행의 최근 금리 인상이 한발 늦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결과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거의 없어졌고, 이 때문에 현재처럼 경기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최근 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뒤늦게 금리 인상에 나서 오히려 금리발(發) 부동산시장 경착륙과 장기 경기 침체를 걱정할 상황이라고 연구원은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달 초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의 금리 인상 타이밍은 경기 흐름과 괴리를 보였다"고 밝혔다.

경기 흐름이 탄탄한 상승세를 타고 경기 상승 기대도 컸던 3~5월에는 금리가 동결된 반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6월에는 오히려 금리가 인상됐다는 지적이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소 거시경제 전망을 지휘하는 홍순영 상무(경제동향실장) 역시 지난달 말 기업 대표.임원들 대상 강연에서 "통화가치 안정을 우선 생각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금리는 경기를 따라 경기가 좋으면 올리고 나쁘면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금리 인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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