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론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말을 조심해야

▲정우택 논설위원
[투데이코리아=정우택 논설위원] 일꾼과 강도가 싸우면 어떻게 될까? 답은 "구경꾼이 어부지리 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일꾼이 강도를 물리칠 수도 있고, 강도가 일꾼을 이길 수도 있다. 일꾼이나 강도나 모두 한 가닥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맨손으로 싸우면 승부를 가리기 힘들다.

일꾼과 강도의 싸움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일꾼의 무기가 좋으면 강도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을 간다. 강도의 무기가 좋으면 일꾼도 도망을 가든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일꾼과 강도의 힘이 차이가 나면 문제가 없지만 힘이 같으면 둘 다 상처를 입는다.

일꾼과 강도가 싸우면 두 사람은 상처를 입지만 반드시 어부지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이득도 간단한 게 아니라 큰 이득을 챙긴다. 기업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인수합병(M&A)을 당할 수도 있고, 정치판이라면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치고 나와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꾼과 강도는 서로 충돌을 자제한다. 설령 싸울 일이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잘못하면 둘이 다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기 때문에 참을 건 참고, 마음속에 삭일 건 삭이며 지낸다. 그게 나중에는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최근 언론에는 '일꾼론'과 '강도론'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신문을 아무리 읽어도 누가 일꾼이고 누가 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일꾼의 실체도 없고, 무기를 든 강도도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일꾼과 강도를 들먹이고 법석이다.

눈을 까집고 신문을 보면 일꾼론과 강도론은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북도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으로써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다. 대통령 뿐 아니라 장관, 기업체의 사장 등 밑에 사람을 두고 있는 책임자라면 누구든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에서 일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을 밀어주고 싶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식구들 끼리 싸우고 있는데 강도가 들어오면 일단 강도부터 몰아내고 또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극히 상식적인 말을 했다. 이것도 당연한 말이다. 집에 강도가 들어오면 우선 강도부터 몰아내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나서 계속 싸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면 된다.

여기까지도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들였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작심하고 말을 했다느니, 자질을 문제 삼았다느니 심지어는 후계까지 생각한 말이라느니 하면서 이 대통령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들고, 박 전 대표에게는 불쾌한 기사를 만들었다.

이 기사 때문인지는 몰라도 박 전 대표는 “식구 가운데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했다. 박 대표의 말도 꼭 이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기보다는 강도가 들어오면 싸워야 하지만 혹시라도 식구 중에 누가 딴 맘을 먹고 강도로 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걱정하면서 한 말로 볼 수도 있다.

이번에도 언론은 박 전 대표의 반격이니 뭐니 하면서 섹시한 기사를 써댔다. 이 대통령의 말이나 박 전 대표의 말은 색안경을 쓰고, 햇빛의 반대쪽에서 보면 큰일이 날 말이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일꾼론과 강도론이 된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아마 평상시에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면 얼마든지 웃고 넘어갈 말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마침 세종시를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큰 생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떠라 서로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일 뿐이다. 언론도 세종시를 바탕에 깔고 두 사람의 말을 전하기 때문에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면이 있다.

일꾼론과 강도론으로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말하자면 자중지란이 일어난 것이다. 적을 앞에 두고 자기들 끼리 치고받으며 싸우는 꼴이다. 이 싸움은 내버려 두면 별 것도 아닌데 언론이 가운데 끼어들어 말을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며 확대 재생산을 하기 때문에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한나라당은 언론이 무슨 기사를 어떻게 만들어 내든 언론에 너무 민감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관심 끄는 기사를 만들어 보려는 언론의 속성을 안다면 정치권처럼 두패, 세패로 갈린 언론의 극단적인 기사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가 180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사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에 필요한 것은 언론이 써대는 일꾼론이나 강도론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금 친이, 친박으로, 이 안에서도 또 강경파와 중도파 등으로 나뉘어 누구 말이 당론이고,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그른지 정신이 없다. 입이 있는 사람마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마다 불쑥불쑥 한 마디씩 해대니 헷갈릴 정도다.

그래서 시중에는 한나라당은 모두가 다 대표고, 모두가 다 대변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깃발 뽑히는 소리가 소나기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을 조심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내 갈등 등 모든 문제는 말에서 생긴다. 세종시처럼 민감한 문제는 대변인이나 대표의 입을 통해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꾼론이나 강도론이 빨리 수습되지 않으면 엉뚱한 쪽에서 어부지리를 한다는 점이다. 어부지리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당인지는 모르지만 한나라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몸이 떨려야 한다. 설령 불만이 있고,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을 조금씩 접고 서로가 사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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