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미국의 내수가 주택경기 하강과 함께 주춤거리면서 내년에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고전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22일 '미국 경제성장 둔화로 내년 수출 여건 악화 우려'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둔화함에 따라 중국, 일본 및 유로 지역 등의 성장률 역시 내년부터 낮아질 것"이라며 "주요 수출 시장의 성장 둔화로 내년 우리나라 수출 환경은 올해보다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현재 과열 상태인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거나 위안화 평가 절상 등으로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크게 낮아질 경우 우리의 수출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투자은행, 연구소 및 대학 등 주요 분석기관들은 지난 5월 이후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춰잡는 추세다.

특히 메릴린치, UBS 등 일부 세계적 투자은행은 주택경기 둔화 및 에너지 가격 상승세,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내년 미국의 성장률이 2.5%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미국 성장률은 3.5%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리세션(경기후퇴;recession)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뉴욕 대학의 로우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최근 미국의 내년 리세션 가능성이 70%까지 높아졌다고 밝혔고, 메릴린치 역시 앞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5.5%까지 높일 경우 내년 리세션 확률은 5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메릴린치.JP모건.리먼브라더스.UBS.모건스탠리 등 주요 5개 투자은행은 이 같은 미국 경기 냉각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률도 올해 4.1% 안팎에서 내년에는 3.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 조짐은 이미 최근 지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질소비지출의 전월대비 증가율의 경우 1.4분기 평균 0.3%에서 2.4분기에는 0.17%로 낮아졌고,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전기대비, 연율 환산치)도 1.4분기 4.8%에서 2.4분기 2.5%로 급락했다.

2.4분기 월평균 산업생산 증가율은 0.57%로 1.4분기 0.27%보다 높아졌으나, 최종 판매가 부진해 월평균 재고증가율이 1.4분기의 2배로 높아지는 등 질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나빠졌다.

1.4분기 13.7%였던 기업의 고정투자 증가율(전기대비, 연율 환산치)도 2.4분기에는 2.7%로 크게 떨어졌다.

센터는 이 같은 지표 악화가 그동안 미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던 주택경기가 꺾이고 있는데다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비농업부문 고용이 2.4분기에 월평균 11만2천명 늘어나는데 그치고 실업률이 6월 4.6%에서 7월 4.8%로 높아지는 등 고용 증가세가 저조한 것도 미국 가계 소비 여력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센터는 이와 함께 FRB의 지속적 인상 조치로 중립 수준을 넘어선 금리가 미국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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