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과 현실을 무시하고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잘 못된 일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투데이코리아=정우택 논설위원] “학교가 이 정도라면 모두 문을 닫아 버려야 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를 같은 잣대로 비교한 게 문제지.”

한국교육개발원 (KEDI)이 내놓은 '고교생 학업 생활과 문화 연구보고'를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 기사는 일부 신문에서 크게 다뤄졌다. 요점은 학교의 교사가 수업이나 열정 등 모든 면에서 학원 강사에게 뒤떨어진다는 것이었다.

KEDI는 수업시간 충실성, 입시정책 변화 수업반영도, 수업준지, 수업열의, 학생의 의견존중, 원활한 의사소통, 성적과 관계없는 학생대우, 인성양성, 창의력과 이해력 향상, 대입준비효과 등을 비교했는데 모두 교사가 부족했고, 학원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통계는 전국 107개 고교생 1만 3000명을 선정해 이중 사교육 경험이 있는 6600명을 분석한 것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자료다. 학교와 학원을 같이 놓고 단순 비교한 게 어이없다.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만 빼고는 모두가 다르다. 우선 기본 개념이 다르다. 학교는 인간성과 사회성 지식 등을 골고루 가르친다. 하지만 학원은 성적만 올리면 된다.

교사는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일반인들이 알기로는 학생만 가르치면 되는 것으로 알지만 그게 아니다. 툭하면 열리는 회의, 밀려드는 공문서 처리, 심지어 점심때 학생들 식사지도까지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점심을 교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는다. 밥과 국을 퍼주고, 흘리면 정리도해야 한다.

학원은 이런 게 없다. 강사는 오직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만 잘 가르치면 된다. 교사들이 공문 만들고, 회의에 참석하고, 학생 지도하는 동안에 강사는 수업을 연구한다. 무슨 문제가 시험에 나올까? 어떻게 해야 유명강사가 되고 학생들이 더 몰릴까? 이런 것을 연구한다.

학교는 학생들 간에 싸움이 있다든지 문제가 벌어지면 큰 일이 벌어진다. 수업지도보다 학생지도가 더 걱정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소란을 피워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혼을 낼 수가 없다. 우선 학생들이 대들고, 학부모가 항의하고, 교육당국도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말썽 없는 게 최고다”며 넘어간다.

교사의 손발을 다 묶어 놓고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말로 사랑으로 감싸라고 하지만 이는 젖 먹는 아이들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학자들이, 교육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놀림에 불과할 뿐이다. 집에서 아이 하나도 제대로 통제를 못하고 부모가 질질 끌려다는데 학교에서 30명, 40명을 모아놓고 사랑 운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말장난이다.

그럼 학원은 어떤가? 학원은 다르다. 점수만 많이 나오면 된다. 학생들은 점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학원에 오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떠들어서 다른 사람을 방해할 수가 없다. 수업분위기를 해치면 다른 학생들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 당연히 수업이 집중되고 분위기도 좋다.

KEDI는 교사들을 망신 주려고 이런 자료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교육의 질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료는 내부적으로 정책을 마련할 때 써먹으면 된다.

KEDI의 자료는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를 무대포로 비교하는 것과 같다. A는 영문과를 나와 외국까지 갔다 왔고, B는 국내 대학에서 공부했다. 이런 사실을 모든 직원이 다 알고 있는데 상사가 공개석상에서 A가 B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 말하면 직원들이 얼마나 황당할까? KEDI의 자료도 이와 같지 않은가?

우린 각자의 처지와 입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어진 여건과 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무엇을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잘 못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분위기는 걱정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적당히 시간을 때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학교에서 꾸중을 들으면 이건 폭력이 되고, 학원에서 꾸중을 들으면 사랑의 매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교사를 비판하지만 교사 중에는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가르치는 훌륭한 교사들이 많다. 이에 비해 학원 강사를 KEDI가 공개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학원 강사 중에도 문제가 있음을 언론을 통해서 많이 접한다. 어디나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부족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마 모르면 몰라도 KEDI가 샘플로 삼은 학생들은 시골보다 도시에 많이 있을 것이다. 또 거액의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많을 것이다. KEDI가 학교의 교사 간에 무슨 비교를 했다면 수긍이 가지만 교사와 강사를 비교한다는 것은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만일 학원 강사에게 학교에 가서 공무원처럼 정시 출근해 정시 퇴근하고, 30-40명의 학생에 대한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고, 학교나 교육청이 요구하는 공문을 만들어 내고, 출장 다니고 이러저런 잡무를 하라고 하면 어떨까? 반대로 교사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직 학생들 수업만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KEDI는 아마 연구보고서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학원강사보다 수업도 잘 하고, 아이들 성적도 더 좋게 나왔다고 할 것이 아닌가? 비교 같지 않은 비교로 교사를 욕먹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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