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해 세종증권을 인수해 본격적인 증권업에 뛰어들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약진하고 있는 NH투자증권, 외환은행 인수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거대 금융사 탄생을 위한 밑 그림으로 '농협은행' 출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카드 부문도 BC카드 회원사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카드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민족자본인 농협의 적극적인 금융권 진출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자본에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농협이 더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는 견해가 오히려 설득력 있다.
상반기 중 CI변경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80년대부터 사용되던 지금의 농협 브랜드는 사업 확장과 영향력 확대에 따라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내년 자체 브랜드 신용카드 나올 듯

농협이 비씨카드에서 탈퇴하고 카드사업 '홀로서기'가 순항 중이다. 지난 해부터 농협은 자체 TF(태스크포스) 팀을 운영, 2008년 10월 자체카드를 발급한다는 계획 하에 비씨카드 회원망에서 전략적 탈퇴에 대한 논의가 금융권 일대에서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농협의 비씨카드 지분은 4.95%에 불과하지만 비씨카드 전체 이용액의 25%, 회원수 23% 수준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농협이 비씨카드에서 탈퇴하면 비씨카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농협이 자체 브랜드와 금융업 강화를 위해 카드를 분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최근 브랜드 강화로 고객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점, 세종증권 인수를 통한 증권업계 진출에 따른 자신감 등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농협은 이미 카드 부문에 대한 나름의 계획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관계자는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기 이전에 이미 비씨카드에서 탈퇴, 카드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굳어진 상태였다”며 “하지만 LG카드 인수 실패 후 대내외적 문제가 발생하며 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정용근 농협중앙회 신용 대표이사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과거 LG카드 인수전에서는 농협이 주식회사가 아니다 보니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불리했다”며 “올해는 신용사업부와 해외금융채 발행, 여수신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그는 이어 “올해 신용부문의 성장 동력을 찾는데 주력하겠다”며 “과거 축협 때 가지고 있었던 카드를 단독브랜드로 만들지 아니면, 제2의 대안이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환은행 인수,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세종증권 인수, LG카드 인수 참여, 현대유니콘스 야구단 인수 헤프닝 등 농협은 최근 각종 매물에 대해 가장 왕성한 인수의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 현재 나온 가장 큰 매물은 당연히 외환은행으로 이 역시 농협의 주요 목표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용근 농협중앙회 신용 대표이사는 지난 달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가 농협의 참여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지만 설득해 나가면서 올해 해외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어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해 정 대표는 “국내는 과잉유동성상태이고 정부에서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만큼 해외점포 설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조달, 운용, 덩치를 키우는 것이 주요과제이며 해외채권 발행 등 조달의 다각화, 투자은행, 해외자금 운용, 소비자금융, 부동산 신탁 등 운용측면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찬반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측 설명으로는 “공공성 강한 비상장조직이 상업은행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약한데다 합병 시너지나 인수자금 마련 등 현실적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농협은 단위조합의 출자로 이뤄져 공공성이 강한 신용 및 경제 사업 조직으로 신용사업, 경제사업 분리문제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특수목적조직의 상업은행 인수는 정체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견해다.

아울러 인수 자금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현재 농협은 자본금의 15% 이내에서만 외부출자가 가능한 상황인데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대 1조3000억원 가량을 출자할 수 있지만 나머지 1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계획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부의 해외 유출 방지'견해로 외환위기 이후 들어온 핫머니로 인해 우량 국내 기업들의 매각과 도산이 잇따르면서 자체적인 정화작업을 위해서라도 '국내자본'을 통한 해외자본의 국내 기업 잠식을 막자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작용하고 있다.

◆ NH은행 탄생 '초읽기?'

세종증권을 인수한 NH증권은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중소 증권사 중에 가장 돋보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로 성장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판단, M&A를 통한 외형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남영우 NH증권 사장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가 있다”면서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기 위해서는 M&A밖에 없는 만큼 채권 등에 강한 증권사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결국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농협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앙회 차원에서 신용사업 부문에 대해 'NH은행'으로 탄생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농협이 CI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NH'로 NH는 농협의 앞글자리기도 하고 자연(natural)과 인간(human), 새 행복(new happiness) 등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농협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증권이 NH증권으로 이미 반응이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가장 결정적인 대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상징마크는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으며 소폭 변경과 함께 색깔에 대한 변화는 크게 있을 것으로 올 상반기 중에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새로이 탈바꿈할 농협의 변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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