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 김재성

미래통합당에 ‘비대위’ 논쟁이 뜨겁다. 다 된듯하던 ‘김종인 비대위’가 제동이 걸리면서부터다. ‘김종인 비대위’는 황교안 전 대표가 요청하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수락했다. 이를 당 전국위원회가 의결했다. 이쯤 되면 김 전 위원장은 가마를 기다렸을 법하다. 그런데 초선의원 그룹과 당 안팎 중진들이 제동을 걸었다. 결국 다음 주 중, 현역 의원과 당선자들의 난상 토론으로 넘겨졌다.

쟁점은 세 가지. ‘꼭 비대위로 가야 하는가?’, ‘꼭 김종인이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시한은? 내심 차기 대선 킹메이커를 꿈꾸는 김종인 전 위원장은 대선 후보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를 희망한다. 하지만 당내 기류로 봐서는 어림없는 김칫국이다. 당규는 올 8월 말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못 박고 있다. 그렇게 되면 3개월 남짓의 ’비대위‘다. 따라서 이 규정을 고치지 않으면 김종인 비대위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통합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시절까지 최근 10년 동안 7차례 ‘비대위’가 들어섰고,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면 8번째가 된다. 이 중 ‘박근혜 비대위’를 제외한 모든 비대위가 사실상 실패였다. 2017년 탄핵국면 인명진 비대위원장, 2018년 지방선거 실패 후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경험담이 말하듯이 “외부 영입 인사는 결국 희생양이 될 뿐” 뿌리 깊은 병폐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미래 통합당은 환골탈태가 답이다. 오죽하면 통합당 우군인 유튜버 정규재 씨가 “통합당은 빨리 망해야 한다. 그래서 김종인 비대위를 환영한다.”는 역설을 날렸을까?

“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코로나 극복 자화자찬”이라든지 “세계가 칭찬하는 것은 방역 실무자들이지 정부가 아니다”라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다시 태어나기 어렵다.

내부의 동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연히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한 조대원 후보의 연설문을 보자. “국정논단 겸허히 인정하자. 막말하고 군대안가고 갑 질하고 빨갱이 좌파타령으로는 정권 찾아올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락하는데 우리당 지지율은 떨어지더라.”

만약 조대원 후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미래 통합당의 주류였다면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이 이토록 참패했을까? 고양 정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그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패인을 이렇게 꼽았다. “국정농단으로 심판받았는데 계속 ‘우리는 죄가 없다. 판결이 잘못됐다’라고 3년 내내 국민들에게 대들며 싸웠다. 그래서 이번에 또 다시 탄핵 당했다.”

김종인 불가론자의 말대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정말 공을 잘 던지는 투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비대위 구상으로 내놓은 ‘40대 주축’은 탁견이다.

1970년 말, 지금 여당의 전신인 신민당의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세 사람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을 때 유진산 등 당내 중진들은 ‘구상유취’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다음 해 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고 야당과 한국 정치, 민주화에 큰 획을 그었다.

지금 통합당 안에는 조대원 위원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젊은 피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40대 기수들을 기대해 본다. 이들이 나서서 정규재씨 말대로 자유 우파, 진정한 보수정당 재건에 나선다면 그것이 통합당의 비젼이자 정치발전의 비젼일 것이다.

중세기 유럽, 퇴락해가는 수도원 수사들의 중의를 모아 대표가 인근의 유명한 랍비를 찾았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수도원을 맡아달라는 간청을 딱 잘라 거절한 랍비가 돌아서는 대표의 뒤에다 대고 한마디 던졌다. “혹시 모르지요, 그 안에 선지자가 있을지.”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수사들은 낙심했다. 그런데 모두의 머릿속에 랍비가 했다는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혹시 우리 중에? 누굴까? 아, 그 분일지도 몰라, 그 분은 누구보다 기도를 많이 한 분이니까.” 이런 식으로 모든 수사들이 자기를 제외한 모든 수사들을 수도원을 살릴 구원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부터 수도원에 신비스러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 영묘한 기운에 이끌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수도원은 예전처럼 번성했다. 미래통합당에 중세 수도원의 전설이 얼토당토않지만 관통하는 것이 있다. 어디나 답은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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