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대신해 자료 분석·검토 등 업무 지원
원고 '승소' 가능성 등 분석

▲ 미국의 대표적 리걸테크 기반 회사 리걸줌(Legalzoom) 홈페이지 캡쳐.
▲ 미국의 대표적 리걸테크 기반 회사 리걸줌(Legalzoom) 홈페이지 캡쳐.
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4차산업의 고도화는 산업과 기술의 새로운 결합을 탄생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금융 핀테크(Fintech)가 있는데 최근에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인 ‘리걸테크’(Legaltech) 시장도 국내에서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리걸테크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법률적 지원과 관리를 받을 수 있고 변호사를 대신해 자료를 분석·검토하는 등 서비스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일각선 리걸테크의 발전으로 인해 법조계 인력 대체나 윤리적 책임 등의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최근엔 다량의 빅데이터를 AI가 단시간 안에 분석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리걸테크의 서비스 유형 중 하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서비스로 이메일, 채팅 등 전자통신정보를 통합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온나(Onna)와 블랙스톤디스커버리(BlackStone Discovery) 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전자통신정보 등이 증거로 인정되기 때문에 다량의 문서를 분석하는데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AI 기술이 수만 건의 법률 문서를 하루 만에 분석하고 정리해 변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 주목을 받았다.

법률실사(Due Diligence) 서비스의 경우 기업 인수, 합병, 소수지분 투자 등 거래 진행을 위해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을 AI가 처리해 준다. 즉, 한 기업이 회사를 인수할 때 어떠한 리스크가 있는지를 AI가 분석해 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기존에는 양도지분, 주주구성, 회사자산, 채권채무, 노동관계 등 대한 확인이 포함돼 수많은 계약서를 분석해야 했지만 AI가 다량의 데이터를 통합해 자동으로 검토해준다.
 
계약관리(Contract Management) 시스템은 말 그대로 계약서를 관리해주는 것으로 고객의 계약 해지나 종료가 임박했을 경우 자동으로 사전 알림시스템 등을 통해 통지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의뢰인의 승소 가능성을 알려주는 예측기술(Prediction Technology)도 있다. AI가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판결문을 검토해 원고의 승소 가능성을 분석해 줄 뿐 아니라 담당 변호사나 판사에 따라 소송 전략도 설계하는 등 정교한 법률 전략 수립 및 고객 만족 극대화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계약서 초고 작성, 반복된 업무 자동화, 의뢰인의 변호사 검색, 상담 신청, 법조인의 법령 검색 등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AI를 도입한 다양한 서비스는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활성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리컬테크의 현주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걸음마 단계에 그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회사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리걸테크 시장에 지난 4월 기준 총 3327여개의 회사가 있으며 누적 투자금 54억 달러(약 6조5016억 원) 중 최근 2년 동안 발생한 투자금액은 39%를 차지하는 무려 21억3000만 달러(약 2조 5645억 원)에 달했다. 최근 들어 리걸테크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24일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의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인공지능과 리걸테크의 동향 및 과제’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과 달리 국내 법원은 판례 공개에 제한을 두기 때문에 데이터 베이스에 한계가 있는 등 정확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제공=뉴시스)
▲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제공=뉴시스)
이어 “국내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의 직무범위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변호사 아닌 자에게 금지하고 있어 리걸테크가 변호사를 지원하는 정도인지 혹은 관여하는 것인지 범위를 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이슈 또한 큰 걸림돌이다. 현재까지 AI의 도입으로 인한 법률적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욱 상용화될 경우 그에 따른 이슈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기술이 단순한 도구로써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행동이 잘못됐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등의 혼란이다.
 
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기에 그에 따른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익명성, 절차 등의 문제가 따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리걸테크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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