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글로벌 톱3 車 업체 부상…2023년 배터리 수요 11GWh 규모 확대 전망
삼성SDI, 4월부터 배터리 독점 납품…올해 매출액 전망치 13조8700억원 이를 듯
신형 배터리 Gen5, 올 4분기부터 양산 본격화…“중장기적으로 큰 수혜 입을 것”

▲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SDI 기흥 본사. 사진=삼성SDI
▲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SDI 기흥 본사. 사진=삼성SDI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시가총액이 미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일주일 만에 1400억달러(약 165조7320억원)선을 돌파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가운데 리비안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SDI의 향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17일 증권 시황에 따르면 이날 삼성SDI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76만원 대비 0.26%(2000원) 오른 76만10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가파르게 치솟은 주가는 장중 한때 77만2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성SDI의 주가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배경에는 리비안으로부터 날아든 호재가 지목된다. 현지시간으로 16일 리비안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16% 오른 172.01달러로 장 마감했다.
 
앞서 리비안은 지난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리비안의 주가는 상장 당일 최초 공모가 78달러보다 30%가량 증가한 100.73달러로 장 마감했고, 이날 시총은 860억달러(약 101조3424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리비안은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의 시총을 단숨에 추월했다.
 
이후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리비안의 시총은 14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는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시총(1390억달러)을 웃도는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기차 열풍으로 리비안이 폭스바겐 시총을 뛰어넘었다”며 “리비안은 매출 0달러인 미국 최대 기업이 됐다”고 전했다.
 
이렇듯 리비안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리비안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SDI의 실적도 덩달아 향상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4월부터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와 SUV R1S, 전기 밴 모델 등에 ‘21700(너비 21mm, 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RJ 스카린지 리비안 CEO는 “배터리 셀 개발 과정에서 삼성SDI와 협력해 왔다”며 “리비안의 모듈·팩과 결합할 삼성SDI의 배터리가 뛰어난 성능과 신뢰성을 갖춘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현재 리비안은 아마존으로부터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 밴 10만대를 미리 주문받았다. 또 R1T는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과 함께 차세대 픽업트럭으로 평가되고 있어 향후 수요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리비안이 완성차 대량 생산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리비안이 당장 전기차 배터리까지 생산하기에는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동안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리비안이 시총 기준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계 3위에 오르긴 했으나 생산 능력이 업계 3위라는 뜻은 아니다”며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리비안은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핵심 부품 등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리비안의 시장 가치 확대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SDI가 납품하고 있는 물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관측에 힘입어 삼성SDI의 실적은 이미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3분기 삼성SDI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오른 3조4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9.7% 증가한 37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이다.
 
특히 중대형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에너지 및 기타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SDI 에너지 및 기타 부문의 매출은 2조74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늘었다. 영업이익도 46% 증가한 2108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관계자는 “신형 배터리인 Gen5가 올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리비안발 호재로 삼성SDI의 향후 실적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의 매출액 전망치는 13조8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조2950억원 대비 22.8%(2조5750억원) 증가한 수치다.
 
또 내년 삼성SDI의 매출액 전망치는 16조9260억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엔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고수익성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전 세계를 휩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커지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우선하고 있다”며 “올 4분기부터 양산이 본격화된 하이-니켈 Gen5 중대형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삼성SDI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마존과 포드가 투자한 리비안의 2023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약 11GWh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삼성SDI는 중장기적으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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