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테라폼랩스
▲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테라폼랩스
투데이코리아=김정혁 기자 |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었던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가 99% 이상 폭락하자 일주일 새 두 코인의 시가총액이 58조원 증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30살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로, 테라USD(UST)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페깅)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UST 시세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자매 코인인 루나가 급락했다. 이에 UST가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에 말려들었다. 테라폼랩스가 주장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알고리즘에 따라 안정적 가치를 보유한 가상통화)에 투자한 큰손들도 손실을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를 인용해 최근 일주일 동안 UST와 루나 시가총액이 450억 달러(57조7800억 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UST 가격은 현재 14센트이고, 루나 가치는 휴짓조각과 다름없는 0.0002달러다.
 
테라폼랩스를 지원한 벤처캐피털(VC)로도 번졌다. 테라폼랩스를 지원한 VC는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판테라 캐피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점프 크립토, 스리 애로스 캐피털 등으로 업계를 움직이는 ‘고래’들로 불렸다. 이들은 테라폼랩스의 UST의 지원 재단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지난해 7월과 올 2월 자금을 모집했을 때 대거 참여했다.
 
마이클 노보그래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한때 루나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올해 초 루나 가격이 100달러를 넘었을 때 ‘루나틱’(루나 투자자)이라고 선언하며 ‘루나’ 팔 문신을 새긴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들도 이번 사태로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브리핑은 “루나, UST 폭락 사태로 갤럭시 디지털 주가는 30% 넘게 급락했고, 노보그래츠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댄 모어헤드 판테라 CEO도 앞서 테라 블록체인을 유망한 코인 생태계로 추켜세웠지만 현재 침묵을 지키고 있다.
 
테라폼랩스는 알고리즘을 통한 스테이블 코인을 구현했다고 홍보해 왔다. 알고리즘을 통해 테라의 발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라와 루나라는 자매 코인을 발행한 뒤 루나를 예치할 경우 20%의 이자를 지급했으며, 루나의 발행량을 조절해 테라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실질적 실물 자산 담보가 없는 방식이었지만 ‘알고리즘’을 활용했다는 홍보와 실제 루나 가격이 치솟으면서 열렬한 루나 지지자들이 만들어졌다.
 
◇ 권도형 CEO의 과거 발언 재조명..."코인 95% 몰락할 것”

테라폼랩스 권 CEO는 14일 트위터에서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실패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앞서 프랜시스 코폴라가 트위터로 테라폼랩스의 발행 구조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 권 CEO는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한 과거 발언과 대조되는 상황이 일어난 셈이다.

또한, 권 씨는 지난 5일 체스 관련 매체 ‘체스 닷컴'과 이뤄진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기업이 향후 5년간 얼마나 남을 것이라고 보느냐”라는 미국의 유명 체스 선수 겸 유튜버인 알렉산드라 보테즈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95%는 죽을(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답해 충격을 줬다.

권 씨는 95%의 몰락을 언급하며 단호한 느낌을 주려는 듯 화면에 손을 휘두르며 두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루나파운데이션(LFG)이 보유한 35억달러(한화 약 4조5000억원)의 비트코인이 거래소 2곳으로 이체된 후 거래 흐름이 추적되지 않고 있다. LFG는 권 CEO가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UST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LFG는 지난 1~3월 사이 비트코인 8395개를 구매한 바 있다. 이후 재단 측은 지난 9일 UST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비트코인 적립금을 활용해 UST를 매입하고 달러 가치에 1대 1로 페그(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엘립틱은 9~10일 가상화폐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은 코인거래소 제미니와 바이낸스 계좌로 이체됐으나 이후 행방을 추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실패한 테라 블록체인 재단의 비트코인 행방은 미스터리”며 "만약 투자자들이 테라 블록체인 붕괴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한다면 재단의 가상화폐 적립금이 어떻게 됐는지가 핵심 질문이 될 수 있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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