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투데이코리아=안현준 기자 |  LX, 하림, 동원 등이 HMM 인수에 도전장을 던지고 실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은 지난달 HMM 매각 예비입찰 후보 중에서 하림, 동원, LX 등 세 곳을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자)로 선정하고 두 달간의 실사 절차가 시작됐다.

매각 금액은 기존 시장 예상치 5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6조원대로 추산됐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 측이 제출한 HMM 지분(영구채 전환 후 약 39%)의 가치는 현 주가 수준을 고려한 6조 6000억원이다.

이는 세 기업이 예비입찰 단계에서 써낸 희망 인수가 5조 원대를 크게 상회하는 만큼 자금 조달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세 기업 모두 자체 여력만으로는 HMM을 인수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 기업이 올해 1분기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LX그룹이 2조4000억원, 하림 1조 6000억원, 동원 6300억원에 불과해 인수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자산 총액으로만 봐도 HMM은 24조원 규모인데 비해 하림 17조원, LX그룹 11조원, 동원산업 9조원에 불과하다.

이에 자금 조달을 위해 JKL파트너스와 손잡은 하림은 신한·KB국민은행 등 대주단 구성을 마쳤으며, LX는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유상증자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수전에 가장 진심인건 동원이다. 가진 실탄과 재계 순위로는 54위 수준에 불과하지만, 공개적인 발언을 내놓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일 한양대에서 열린 명예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다에서 한평생 일군 회사인 동원이 누구보다 HMM을 잘 운영할 수 있다”며 “HMM 인수에 성공하면 내 마지막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도 “해운업은 누가 더 좋은 항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동원은 부산에 항만을 갖고 있고, 내년에 부산신항에 국내 최대 규모 스마트항만을 또 열 예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금 확보와 관련해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인데 동원은 부채가 적어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아 보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3%(별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인 200%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이다.
 
이에 동원은 최근 HMM 인수를 위한 실사 자문사로 글로벌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선정하고 사옥 매각부터 계열사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세 기업의 자금 조달을 두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유찰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운업황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거시경제 환경 저하, 경쟁구도 재편 등으로 인해 해운업황의 하방압력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운업황이 부진을 겪고 있고, 시장에서는 인수금융 금리가 8%대가 될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매각공고문에서 “매각 절차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적시한 만큼 매각 작업을 중단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실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 물밑에서 원매자를 찾아 협상을 마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입찰로 전환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산은이 여러차례 HMM 매각을 마무리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만큼 유찰 가능성이 낮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와는 다르게 산업은행은 HMM 매각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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