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경제활동.거주 가능 섬' 논리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정부가 일본과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회담을 앞두고 사실상 독도를 EEZ 기점으로 설정하기로 한 것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오는 12∼1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EEZ 경계획정 회담을 앞두고 최근 독도를 기점으로 하는 방안을 사실상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주석(徐柱錫)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은 5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독도를 기점으로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가 `독도기점' 굳히기에 나섰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정부는 또 일본과의 EEZ 경계획정 회담이 `독도 기점'을 둘러싸고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독도는 EEZ 설정이 가능한 `섬'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독도기점 굳히기' 배경은 = 한일 양국 정부는 1996년 8월부터 2000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EEZ 경계획정 회담을 열었지만 EEZ 기점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독도 영유권 분쟁화를 염두에 둔 일본은 `독도-울릉도'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주장했고 우리측은 `울릉도-오키섬'의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하자고 맞섰다.
정부는 당시 일본측 주장대로 우리 역시 독도 기점을 주장할 경우 일본측 의도대로 독도 분쟁화에 말려들 여지가 있고 울릉도-오키섬 중간선을 EEZ 경계선으로 설정해도 독도가 우리측 EEZ안에 들어온다는 점 등을 고려해 독도 기점을 굳이 내세우지 않았다.
정부는 그러나 오는 12일 6년만에 재개되는 EEZ 회담에서는 기존 울릉도-오키섬에서 일본쪽으로 수역을 더 확장한 독도기점을 주장, `독도-오키섬'의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독도기점' 굳히기에 대해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울릉도-오키섬'의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독도기점을 아예 배제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독도기점'은 하나의 안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측이 지난 4월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한 측량계획으로 독도에 대한 야욕을 구체적 행동으로 드러낸 만큼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독도 기점'을 적극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독도는 우리의 고유한 영토인 만큼 어떤 분쟁이나 교섭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일본측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끌고가려 해도 결코 응할 이유가 없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정부는 동해에서 독도기점을 주장할 경우 남해와 서해에서 일본.중국과 벌여야할 EEZ 협상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관측된다.
섬이 EEZ를 갖는지 여부는 섬의 재원과 지리적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독도를 기점으로 설정했다고 해도 이를 남해나 서해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도기점' 가능한가 = 유엔 해양법 제121조 3항에는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과거 4차례의 협상에서는 이 규정에 따라 독도를 섬이 아닌 바위(rock)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일본측의 `독도 기점' 주장을 반박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독도기점' 굳히기로 나서면서 독도가 EEZ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섬에 해당한다'는 적극적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독도가 섬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인간거주'와 `경제활동 가능'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는 `적극적 해석론'과 두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엄격한 해석론'으로 나뉜다.
정부는 이 두가지 해석론에 대해 독도는 서도에서 소량의 담수가 산출되고 30여명의 독도경비대와 김성도씨 부부가 독도에 거주하는 만큼 적어도 `적극적 해석론'에 따라 섬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도는 EEZ를 가질 수 있는 섬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독도 기점'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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