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5.31 지방선거 참패후 제기돼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탈당설은 당분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의장,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3일 회동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당적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마당에 탈당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을 당적 유지의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당적 유지 결정에는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우선 노 대통령으로서는 탈당할 경우, 남은 임기 국정운영이 부담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부동산대책, 양극화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하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원내 1당인 열린우리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정책구상을 국회라는 장에서 일정부분 대리해줄 수 있는 집권여당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 입장에서도 노 대통령의 당적 유지발언은 `다행'스러울 수 밖에 없다.
17대 국회에서 2번의 정기국회를 치러야 하는 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대통령 탈당으로 여당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해 왔다.
또한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대통령이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당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대통령의 당적 문제가) 최소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특히 현 단계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은 친노 세력의 또 다른 독자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바로 분당을 의미하면서 떠나는 세력과 남는 세력 모두 세를 잃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당내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우려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당적 유지 발언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과 우리당의 결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고건 신당이나,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 등의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우리당내 일부세력이 민주세력대연합을 명분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경우 당내 친노세력과 노 대통령이 탈당해 친노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시나리오 역시 이미 구문이다.
또한 노 대통령의 `당적유지' 발언에도 불구, 올 정기국회까지 시한부 성격을 지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도, 열린우리당도 끝까지 함께 가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되는 내년초가 되면 열린우리당의 분화는 불가피하고, 노 대통령과의 관계도 처음부터 재검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당적유지 발언이 최근 논란이 돼온 당청간 갈등을 일정부분 수그러뜨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청와대측이 여당의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청와대로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인데다, 어차피 함께갈 상황에서 불필요한 당.청간 파열음을 낼 필요가 없다는 당내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후 기존 정책노선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는 우리당이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인 부동산.세제정책의 기조를 수정 또는 변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현행 정책기조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청와대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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