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북한을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 생각하면 할 말이 ...

▲ 정우택 논설위원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이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이 국가안보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하며 등장한 이명박 정권은 참여정부 때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메뉴얼 시스템을 다 파괴하고 국가안보위기 관리능력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기능을 격하시켰다가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이 사망하고 나서야 뒤늦게 복원했다.” 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총리실 비상기획위원회를 해체하는 등, 그야말로 체계적으로 안보의 기반을 파괴해왔다.” 고 정부를 공격했다.

이어 그는 “천안함 사고 발생 12일이 지났는데 이번 사태가 사고인지, 적의 공격에 의한 피습 사건인지 성격 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재난사태, 안보사태 둘 중 어디에 해당되더라도 국가안보체제가 두 동강 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해임 요구가 의례적인 정치공세 차원이 아니라고 했다.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면 결과에 따라 국무총리 등 내각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방장관과 해군총장의 해임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 했다.

그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작심하고 연설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 때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은 다 파괴하고, 국가안보 위기관리능력을 형편없는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전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안보상의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생긴 게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절에 생긴 일이 지금에 와서 문제를 일이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좌파정권 소리를 들었던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보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다. 북한을 적당히 견제하면서 할 얘기는 다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도 열어놓고 있다. 문을 닫아놓고 있는 게 아니다. 언제든지 남북 간의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다만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와 달리 퍼주기식 남북 간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돈을 퍼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끌려다지니 않고 당당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당연히 경색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북한의 비위를 맞추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주도권을 쥔 입장에서 대화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만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지금 정부처럼 남국관계를 끌어왔다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또 국방장관과 해군총장을 해임하라는 요구를 했는데 이것도 성급한 처신이다. 장관과 총장을 해임하고 안 하고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장관과 총장이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스스로 물러날 것이다. 책임이 없다면 소신 있게 근무하면 된다. 이점은 대통령도 알고, 당사자들도 다 알고 있다.

송의원이 이런 것은 무시하고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는 장관과 총장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공세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사고를 빨리, 잘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군사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유족들의 아픔도 덜어주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은 사고 원인을 동네방네 떠들며 해군의 작전 비밀을 적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떠드는 사이 군사 기밀이 누출되면 북한만 좋아한다. 북한만 어부지리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고원인 등 모든 것에 대한 공개 여부는 군 당국에 맡겨야 한다.

사고 수습과정에서의 우왕좌왕도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군의 기강과 신속한 사고 수습능력은 군사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군이 내부적으로 알아서 담당하게 해야 한다. 언론이 나서서 군을 궁지로 몰아넣고, 정치권이 이를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이 잘 하고, 군에 관해서는 군이 전문가다. 군과 관련된 일을 정치권이, 국민들이 나서서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것은 절대로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정우택 칼럼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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