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 각계각층 반응

한미 FTA의 여파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양측 대표단은 서로가 양보한 상태에서 타협점을 찾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이번 한미FTA 타결에 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경제계

기업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섬유·기계 업종은 관세 철폐 등으로 수출 증대가 예상되는 반면 정유·석유화학 등은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지난해 각각 20만8492대(3000cc이상은 3만1617대) 현대자동차, 17만7000대(3000cc이상은 11만7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아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에 있어 얼마간 수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히는 한편 “그러나 득과 실이 어느 분야에서 얼마만큼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연간 3000만 달러를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는 “이번 타결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물량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번 타결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한편, 정유 업계에서는 관세율이 이미 낮거나 시장 개방이 많이 돼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영향이 미미,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교역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유화제품은 생산기술 및 품질 차이가 적어 수출입 물량 등에 갑작스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판·방송계

최종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 출판과 방송 분야는 한동안 미국과 힘겨운 싸움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저작권 보호기간이 현행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 연장되자 출판계가 술렁거리고 있으며, 방송분야 또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외국인 투자제한을 사실상 없애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시장이 미국에 완전 개방돼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장영택 기획홍보 차장은 “연 몇 백억 원을 로열티로 추가 부담하고 있는데, 기간이 더 늘어나 힘든 상황을 반복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용배 과장은 “일반 PP 분야는 사실상 완전개방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이 국내기업과 제휴 과정을 거치던 것을 이제 국내방송을 직접 핸들링 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과장은 “지금은 투자할 때다. 미국기업들이 들어와 PP광고점유를 해버리면 그만큼 국내 PP자체생산 공급은 현저히 줄 것이다”이라면서 “영화 산업을 봐라. 지금 몇 십 년간 스크린쿼터로 보호해주니 그래도 세계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느냐”고 이번 FTA 관련 협약에 매우 안타까워했다.

◆영화계

FTA 타결에 대한 영화계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이유인즉 이번 FTA 타결로 스크린쿼터가 현행유보로 확정지어져 영화계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 '비트'의 김성수 감독은 “영화를 상영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영화를 만들 기회도 줄었다. 이로써 영화는 당연히 흥행 논리로 빠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된 것이 영화계의 가장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송해성 감독은 “영화시장 전체가 위기에 빠져있는 지금 앞으로 한국 영화가 그 동안 보여 왔던 좋은 성과를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질 것” 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유능한 감독과 배우가 발굴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학가

여러면에서 가장 실질적임 힘이되는 대학가에서는 “한미 FTA 저지 운동과 집회에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강력 대응을 할 조짐을 보였다.

연세대 총 여학생실 정이나래 부회장은 “FTA 자체가 여성의 빈곤화를 심화시킨다”며 “여성이 고용에 대한 안정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한 반발심을 표현한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육태민 학생회장은 “한미 FTA는 졸속협상이다. 협상을 얼마만큼 잘했고 오랜 시간동안 했다고 해서 FTA가 민중들의 삶을 위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라고 말하며, “이번 FTA 타결로 교육 개방이 전보다 확장될 것으로 보여 교육비 상승 및 학벌주의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FTA타결로 점점 교육 받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동국대학교 총학생회는 “아직 FTA 타결에 대한 명확한 장 ․ 단점이 나오고 있지 않은 지금 입장을 표명하기 곤란하다. 내부에서도 FTA와 관련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지만 추후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수 측은 긍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숙명여자대학교 강인수 교수(경제학 전공)는 “제도 정비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FTA의 긍정적인 효과가 당초 취지대로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하며, “현 정부는 FTA 기대효과에 비해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모든 산업을 다 살리려하기보다 피해 종사자들의 삶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교수는 대응책으로 “막대한 자원을 쏟아가며 피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력 없는 산업은 정리하는 것이 '국익'에 이롭다”며 “피해 종사자들에게 직업 훈련 등의 제도가 통용화 하는 것이 시급하고, 현재 있는 제도 중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지원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 정부의 빠른 대응책 모색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전체적으로 부정적이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확한 협상내용공개를 요구하며 앞으로 끊임없는 시위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회 진보연대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 본부와 함께 장기적으로 촛불집회를 추진할 예정이며, 앞으로 대통령의 서명과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가 남아있는 동안 최후 까지 계속 시위하겠다”고 말하며 “관세철폐의 효과보다는 개방의 파급효과가 더욱 걱정되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협상내용의 공개를 계속적으로 촉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국민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도우며, 공정한 절차와 평등한 관계위에서 협상이 이루어 졌는지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추후 국회비준동의안 절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향후 경제적인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하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활동을 계획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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