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앞장...휴대전화 해지, 조계종 승적도 반납후

▲사진제공 칼라TV뉴스팀 / 지난 5일 조계사내 생명평화대화마당에서 고뇌하는 수경스님.
[투데이코리아=김승희 기자]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이 14일 새벽 돌연 잠적해 불교계는 충격에 빠졌으며 또한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수경 스님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이제 큰 결단을 할 때가 왔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실제 수경 스님은 문수 스님의 입적 다음 날인 지난 1일 서울선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수 스님이 큰 결단을 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나도 이제 큰 고민과 결단을 해야할 때가 왔다"고 전한 바 있다.

이어 수경 스님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언급하며 "저는 죽음이 두렵다. 제 자신의 생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는 자기 반성의 심경 역시 밝혔다.

또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고 수경 스님은 밝혔다.

14일 새벽 갑작스런 수경 스님의 잠적 소식에 대해, 측근들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입적 이후, 큰 충격에 휩싸여 고민하던 수경 스님이 마음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경 스님은 환경운동에 투신해 지난 2000년 범불교연대 상임대표,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 상임대표를 지냈고 2001년 9월부터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운동을 벌여왔다.

<전문>


'다시 길을 떠나며'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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