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중거리슛-세밀한 측면공격-포를란 봉쇄-빠른 역습 사전차단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우루과이. 루벤 소사와 알바로 레코바. 왼발을 잘 쓰는 선수들 때문에 더 관심이 갔던 팀이다. 20년 전 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전패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던 바로 그 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잘 지지 않는' 신비로운 팀이 바로 우루과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과이는 '신비의 팀'다운 모습을 보였다. 첫 경기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상대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두더니, 2차전에서는 개최국 남아공을 3-0으로 대파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북중미의 맹주' 멕시코를 1-0으로 격파하면서 조 선두 자리를 꿰찼다. 3경기 4득점 무실점. 성적표만 놓고 본다면 '무결점'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가 못 넘을 산은 결코 아니다. 무결점 성적표 속에 감춰진 약점들을 잘 파악하고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우루과이의 무실점이 부각되고 있는데, 사실 경기 내용과 전형을 살펴보면 3경기 연속 무실점을 할 정도로 수비가 '철옹성'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우루과이는 조별예선 3경기 연속으로 포백을 사용했다. 고딘과 루가노를 중심으로 중앙수비라인을 구축하면서 견고한 방어망을 보였다.

하지만 깊숙하게 수비를 배치시키다 보니 중원의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알바로 페레이라, 페레스, 아레발로 등 미드필더들이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이들이 무너질 경우 팀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는 상대에게 무방비로 중거리슛을 내줄 수 있는 약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원싸움을 벌이면서 우루과이 미드필더들의 기동력을 감소시키고, 적극적인 중거리슛으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우루과이의 또 다른 약점은 측면이다. 좌우측 측면의 공간이 열리는 모습을 수차례 노출했다. 거기에 중앙수비수로 나서는 고딘과 루가노의 순발력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측면을 크게 흔들고 2-1패스나 컷백 등의 세밀한 플레이를 활용한다면 수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수비 쪽에서 가장 신경 써야할 부분은 역시 '포를란 봉쇄'다. 우루과이는 프랑스와의 첫 경기에서는 4-4-2 전형을 들고 나왔다. 포를란을 수아레스와 함께 투톱을 포진시키면서 포를란의 한방에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남아공전과 멕시코전에서는 4-3-1-2로 기본 전형을 짰다. 포를란을 투톱 바로 아래 '1'에 배치시키면서 프리롤 임무를 부여했다.

투톱 수아레스와 카바니에 상대 수비가 분산되자, 포를란은 물 만난 고기처럼 위력을 발휘했다. 2선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가 하면, 직접 중거리포로 골 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결정적인 킬러 패스와 경기완급조절, 그리고 해결사 역할까지. 우루과이의 모든 공격은 포를란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포를란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수비의 1차 과제다. 포를란의 능력이 출중하지만, 돌려놓고 보면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우루과이의 또 다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포를란을 멈춰서게 하면 우루과이 공격의 짜임새와 파괴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다음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은 우루과이의 빠른 역습이다. 우루과이는 조별예선 3경기에서 단 한 번도 점유율에서 앞서는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프랑스전 47-53, 남아공전 49-51, 멕시코전 41-59로 열세를 보였다.

볼 소유시간은 적었지만 볼을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중원이나 수비에서 볼을 빼앗으면 빠르게 역습으로 전개하면서 찬스를 엿봤다. 볼을 빼앗아냄과 동시에 미드필더들과 스리톱이 폭넓게 퍼져나가면서 공간을 점유하고 좋은 찬스들을 잡아나갔다.

우루과이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공격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반드시 마무리되어야 한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나설 때는 반드시 슈팅까지 연결하는 것이 우루과이에 역습 찬스를 내주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루과이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무턱대고 공격적으로 나서서는 곤란하며, 우리도 어느 정도 엉덩이를 같이 빼고 팽팽하게 경기를 전개시키는 자세가 현명하다.

단 사흘 간의 휴식시간 동안 상대에 대한 완벽한 분석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가 조별예선에 보인 약점을 공략 포인트로 삼되, 우리가 가진 가장 자신있는 플레이를 경기에 잘 녹이는 것 또한 승부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조별예선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있는 모습이라면 '우루과이 징크스'에서 벗어나 8강 고지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허정무호의 또 한 번의 유쾌하고 당당한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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