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연일 '바꿔'를 외친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한나라당의 대북기조도 변하고 있다. 6자회담의 진전과 북미관계의 변화라는 국제적 상황에 발맞추자는 당내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줄곧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며 대북 지원 중단을 외치던 한나라당의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에는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의 기술교육 실태를 점검하고 돌아와 현재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최근 한미FTA 타결로 인해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에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부쩍 개성공단을 방문하며 대북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물론 위원회 차원의 방문이라고 하지만 이번 한나라당 의원들의 개성공단 방문은 대북 스탠스를 따라잡기 위한 한나라당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건과 상황이 변했으니 한나라당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한나라당은 분명 변화하는 듯 하다.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출범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위원회 출범식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인사들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운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축사가 이어졌고 초대 노동위원장인 배일도 의원이 소개됐다. 이날 한나라당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다짐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너무 '세게' 변한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서경석 목사는 “한나라당의 변화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불법파업) 노동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면 안 된다”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았다.

과연 우려대로 한나라당은 변한 것일까?

한나라당은 공당으로서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당 산하에 노동위원회를 두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이런 조직을 구성한 데 대해 곱지 않는 시선들도 많다. 노동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김성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출범식에서 한국노총이 대선후보와 '정책연대'를 하고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조합원 투표로 이러한 뜻이 관철됐고, 특정후보를 선정하는 2차 투표가 남은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노총 인사들이 간헐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을 볼 때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나라당 노동위원회가 일정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노동위원회는 올해 책임당원 3만 명을 가입을 목표로 당원배가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노동 정책 보다는 조직 구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배일도 노동위원장은 “조직과 정책 두 영역을 담당한다”며 “지금까지 노동위원회가 3천 500명의 책임 당원을 가입시켰다”고 밝혔다.

물론 앞으로 노동위원회가 내놓을 노동정책의 내용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출범식 자리에서 대선후보 지원이나 책임당원 가입이 주가 되는 상황은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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