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안전시스템 강화 필요, 선수들 스스로 몸관리 철저해야!

▲ 사진=배기석 미니홈피.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지난 21일 프로복서 배기석(23. 부산거북체육관)이 결국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고 배기석은 지난 17일 충남 예산에서 펼쳐진 한국 슈퍼플라이급(52·160kg) 타이틀전에서 정진기(일산주엽체육관)에게 8회 TKO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자 배기석은 구토 증상을 보여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CT 촬영을 받았다. 검진 결과 뇌출혈 증세가 있는 것으로 판정돼 대전 을지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고 최요삼의 사망에 이어 2년 6개월 만에 나온 사망 사고다. 고 최요삼은 지난 2007년 12월 25일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타이틀 1차 방어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뇌수술을 받고 회복을 기다렸지만 그대로 숨졌다.

고 최요삼의 사망 이후 복싱계는 선수안전관리에 촉각을 세웠으나 또 이와같은 비극을 맞았다. 사고 이후 대한복싱연맹(KBC)은 개인별 의무 검진 카드를 작성하고 이를 참고해서 경기를 취소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사단법인 한국권투위원회 김인겸 사무국장은 "경기가 끝난 선수는 링 닥터에 의해 검진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각종 의료시설과 응급차가 없이는 경기를 할 수 없다"며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음을 알렸다.

선수안전관리 시스템이 보강되어 있어 고 배기석 역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고 경기에 임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 KO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0월3일 이후 9개월이 지나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규정상 무리는 없었다.

현재 대한복싱연맹은 '3경기 연속 KO(TKO)패를 당할 경우 진단서를 제출한 뒤 KBC의 승인을 받고 나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KO(TKO)로 패할 경우에는 50일, 일반적으로는 경기 종료 후 15일이 지나야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대한복싱협회 권재우 이사장은 "2연속 KO패를 당할 경우 뇌파검사를 실시할 것을 고려중이다"고 전했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규정을 수정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마저 쉽지만은 않다. 매년 선수들로부터 뇌파검사 등의 진단 자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었지만, 선수들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생계를 위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복싱선수들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링 밖에서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도 복싱은 위험요소가 다분한 종목이기 때문에 링 안에서의 선수 보호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C는 고심만 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일방적으로 몰리는 경기와 1회 다운 시 심판의 판단에 따라 경기 중단을 고려하고 있지만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과감하게 주장할 부분이지만 심판과 선수측간 논란을 불어 일으킬만한 소재가 다분하다 것이다. 또한, 경기에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관중 동원의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복싱연맹은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져있다.

제 2의 배기석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마련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아닌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선수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선수들 스스로 몸관리를 통해 불의의 사고를 막는 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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