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대한민국 여자축구, 이제는 달라져야!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2010년 8월 4일. 국제축구협회 주관 대회 사상 첫 3위라는 대업을 이룬 20세이하 여자축구 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날 입국장에는 조중현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해 축구협회 관계자와 취재진 팬들이 섞여 달라진 여자축구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아직 여자축구는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물어 가는' 밀모도원(謐暮道遠)의 상황이다. 세계 3위라는 성적은 분명 축하해야 할 경사이지만 열악한 저변은 여자축구의 새 역사가 한낱 꿈으로 끝나 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여자 축구 등록 선수는 1404명으로 남자 축구의 2만 2210명보다 훨씬 적다. 약 16분의 1. 등록선수 105만 명에 성인 팀만 5000여 개에 이르는 독일 여자축구와 비교해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선수가 적으니 당연히 팀도 적다.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다 합해도 64개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18개, 중학교 17개, 고등학교 16개, 대학 6개, 실업 7개가 고작이다.

투자와 관리도 최악 수준이다. 협회와 정부 그리고 기업의 지원이 미미해 초,중,고 팀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학팀 마저도 위덕대학교에 이어 영진전문대마저 2011학년도 축구부 신입 부원을 뽑지 않기로 했다. 당연히 여자축구의 미래는 한 없이 어두워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세계 3위의 성적을 거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들이 주축이 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선전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정부와 협회 그리고 기업과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여자축구가 세계 3위의 기적을 한여름 밤의 꿈으로 흘려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여자핸드볼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반짝 인기'에 취하지 말고, 느리더라도 전체적인 발전을 꾸준히 이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승리보다 값진 패배로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대표팀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구의 의지로 은메달을 일궈냈다. 이후 핸드볼에 대한 인프라 부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도약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5년 여가 지난 현재. 여자핸드볼은 또 다시 관심 밖에서 그들만의 경기를 치르고 있다. 최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는 20세 이하 세계주니어핸드볼 대회가 펼쳐졌다.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때만 살짝 빛났다가 어두운 분위기에 다시 접어든 느낌이다.

'가장 무서운 체벌은 무관심'이라고 한다. 제2의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여자 축구가 무관심과 싸우는 일이 벌어져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세계 3위의 실력만큼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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