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뜨거운 父情, 재벌이라고 해서 묻힐 이유없다

15세기에서 17세기의 유럽은 마녀사냥의 광풍이 불고있었다.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은 혹독한 고문에 의해 마녀라고 고백할수 없었고 고백하는 순간 대부분 살아있는 채로 불태워졌다.

혹독한 고문에도 불구하고 마녀라고 고백하기를 거부한 여자는 물에 던져져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고 물에 뜨면 마녀라는 판정(마녀는 악마가 살려주기위해 물에서 띄울 것이므로)을 받았다. 물론 물에 던져진 여자는 익사했다.

◆ 마녀 지목받으면 혹독한 형벌후 죽음 예정

이래저래 마녀로 지목받은 여자는 극한 고통과 함께 결국은 죽음을 맞이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녀광풍이 일어난 이유는 흑사병 횡행과 십자군전쟁 실패로 인한 민심 동요를 가라앉히고 권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일부에서는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의 재산몰수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또 마녀사냥을 빌미로 성폭력 수단이 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지금 한국에서는 한 재벌에 대한 언론들의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다. 그 재벌 회장은 언론의 마녀사냥에 의해 극도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이제 법도 어찌할수 없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에 대한 언론의 집중공격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사건의 본질과도 관계없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들춰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폭행은 잘못된 것이며 엄연한 불법행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응당 법의 처벌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법에도 눈물이 있으며 앞뒤 정황을 따져서 같은 불법행위라도 처벌의 강도는 훨씬 달라지게 마련인데 언론의 마녀사냥에 의해 이미 예정된 수순의 법집행만 남겨놓고 있다면 이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야간에 다중을 이용한 특수폭행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만 하면 끝날수도 있었던 법현실에서 이제는 언론의 일방적 보도에 몰린 경찰이 폭행사건에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진 것이다.

◆ 21년전 성폭행 이유로 살인했어도 풀어주는 '법의 눈물'

91년도에 "나는 사람을 죽인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라는 말로 유명한 김부남이라는 살인범이 있었다. 그 여성은 21년전 강간을 당한데 대한 보복으로 이웃집 남자를 살해해버린 것이다. 하루 이틀전도 아니고 21년전 사건으로 살인을 정당화한 사건으로 온나라가 시끌벅적했지만 법원은 그 여성에 대해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그 여성을 풀어준 사건이다.

정상적이었다면 실형을 받았겠지만 여성단체등을 비롯한 동정 여론에 힘입어 그 여성은 사실상 처벌을 면제받은 것이다. 결국 살인이라는 극한적인 사건에도 법은 눈물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살인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보이는 법의 현실에서 어떤 사건에 대해 언론이 한쪽으로 몰아간다면 사실상 피의자는 예정된 처벌만 받아야하는 가혹한 현실에 처해지게 된다. 그만큼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 역시 폭행은 법체계로는 잘못이지만 온 나라 언론의 감정적인 집중포화를 맞을 만큼 심정적으로도 잘못된 것일까?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하 아시안게임때 아들이 승마선수로 출전하자 그룹경영등 만사를 제쳐두고 도하까지 날아갔을 정도이다.

◆ 남다른 아들사랑 보인 김승연 회장

그런 아버지가 아들의 눈이 십여바늘 꿰맬 정도로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돼서 돌아왔을 때 눈이 뒤집혀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김회장이 아들로 인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는 것은 김회장이 소식을 듣자마자 출동했다는 것에 대해 짐작할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보복폭행은 잘못됐지만 김회장의 남다른 아들사랑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어서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만하지 않는가?

이미 많은 누리꾼들도 그러한 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7,8명씩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강남 술집에 가서 사람 두들겨팬후 명함을 던져준후 찾아오라고 했다는 술집종업원들에 대해서 더 많은 거부감을 가진 누리꾼도 많았다.

심지어 사람 우습게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 일종의 경종을 울린 셈이라면서 김회장을 극찬하는 누리꾼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김회장의 아들 사랑에 대해 감동받았다는 의견도 많다.

김회장의 행동에 대해 감동이랄 것까지는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한가지 알려주고 싶은게 있다. 돈앞에서는 부자도 형제도 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 돈이 피보다 진한 현실

물보다 진한게 피라지만 현실에선 피보다 돈이 더 진하다는 사례들을 한번 살펴보자.

한때 전경련 회장이었던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2004년부터 둘째아들인 강문석씨와 지분 경쟁을 벌이면서 법정싸움까지 가기도 했다.

이 와중에서 강문석씨는 동생인 강정석씨에 대해 공격하기도 했다. 원로들의 중재로 최근 갈등을 봉합하기는 했으나 불씨는 여전하다는게 제약업계 시각이다.

오양수산의 경우엔 온 가족이 싸우는 이전투구의 양상이었다.(2006년8월26일 인터넷 투데이코리아 사회일반 섹션 '오양수산 일가 진흙탕 분쟁침몰 위기' 기사 참조)

김성수 회장이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최고경영자에 오른 장남 김명환 부회장과 나머지 가족간에 추악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가족들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3년 정기주주총회 당시로 병상에 누워있던 창업주 김성수 회장은 대리인을 시켜 자신의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저지하려 했지만 김 회장의 대리인은 주총장에서 물리적 충돌로 의결권 행사에 실패했다.

부자간 반목으로 김명환 부회장에 대한 전체 가족의 불신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김 부회장은 그의 모친, 누이들과도 등을 돌리게 됐다.

김 부회장은 어머니 최옥전 씨를 상대로 채권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로까지 발전된 것이다.

'형제의 난'으로 내홍(內訌)을 겪었던 두산그룹 총수 형제간의 법정공방도 유명한 사건이다.

박용오 회장이 그룹 회장을 동생 용성 씨에게 넘겨주면서 주요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의 경영권을 요구, 형제 간 분쟁이 촉발됐다. 결국 형제간 싸움은 검찰수사로 이어져 형사처벌까지 받는 사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또 롯데그룹에서도 골육상잔 사례가 나타났다. 신격호 회장은 조카사위인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 일방적 여론몰이는 법원의 운신 폭 제한

피보다 돈이 진한 현실에서 김회장의 막무가내식 아들 사랑은 어찌보면 혈육보다 돈이 더 군림해가고 있는 한국 재벌사회에서 또다른 감동의 사례가 될수 있을 정도이다. 비록 방법은 과격했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한화 김회장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한 법원의 운신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이는 또 다른 재판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일종의 재벌길들이기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의 재벌에 대한 위상 재정립과 재평가작업은 향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같은 본질에서도 한참 벗어나있다.

재벌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줄 이유도 없지만 재벌이라고 해서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을 받을 이유도 없다.

<임경오 / 투데이코리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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