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시중은행들의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3개월째 2.25%로 동결 결정에 따른 것이다.

자국 통화 가치를 보호,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세계적 “환율전쟁”이 금리 동결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금리 인하는 국내경제, 특히 서민경제에 후유증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정기예금인 1년 만기 '자유자재정기예금'의 금리는 최근 연 2.93%로 내려가 2%대로 접어들었다.

이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인 2008년 10월 말 연 6.54%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시중금리 하락 등을 반영, 1년 만기 '자유자재정기예금' 금리를 8월 말 연 3.43%에서 9월 말 3.08%, 최근 2.93% 등으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1~0.15%포인트, 적금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했다. 이 은행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는 연 3.45%로 올해 5월 초 연 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한은행도 1년 만기 '월복리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연 3.6%로 종전보다 0.1%포인트 인하했다.

국민과 하나, 기업, 농협 등의 다른 은행들도 18일 자체 금리 조정 회의를 열어 정기예금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슈퍼정기예금'의 금리는 올해 1월 연 4.55%에서 현재 3.5%로 떨어졌으며 하나은행의 '369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도 연 3.4~3.5%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제로 금리'에 맞먹는 초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 자산버블(거품) 심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가계부채 급증 등의 후유증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싼 값의 돈이 시중에 많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계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이 실질임금에 연동되지 않는다면 가계는 생활비를 줄이는 등 씀씀이를 최소화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가계경제의 침체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대량소비를 이끄는 서민·중산층의 소비부진은 기업의 생산계획에 차질을 불러일으켜 내수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시중자금이 은행의 정기예금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거품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거품은 곧바로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실제 이같은 우려는 실질적인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9월까지 두달 동안 은행에선 6조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금리가 2%대로 추락한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지난달 2조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투자대기자금이라 할 수 있는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9월 들어 1조1000억원 늘었다. 증권사의 랩어카운트(고객 맞춤형 자산관리계좌)계약액도 6월 말 17조3000억원에서 8월 말 29조6900억원으로 12조원이나 불었다.

또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달 전에 견줘 1조3000억원이 늘었고, 주택담보대출도 1조7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 등의 압력이 크다. 부동산 등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과열이 발생하고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며 "점차 경기와 물가, 환율 등의 흐름을 보면서 금리인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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