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맨유의 새로운 구세주로 우뚝!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루니도 없고, 긱스도 없고, 박지성도 없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는 '작은 콩' 치차리토가 있었다. 치차리토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맨유를 살렸다.

맨유는 24일(한국시간)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경기를 가졌다. 그 동안 맞대결에서 줄곧 우위를 보였지만, 이 날 경기 만큼은 매우 부담스러웠다. 이적설로 주위를 시끄럽게 했던 웨인 루니가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고, 라이언 긱스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러 팀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피지컬'을 앞세우는 스토크 시티와의 대결이 이래저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맨유였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고민은 선발 라인업에서부터 드러났다. 최근 부진한 박지성을 빼고 수비수인 파트리스 에브라를 왼쪽 윙에 포진시켰다. 그리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그리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떨어진 팀 에너지를 고려해 전술의 밑그림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27분. 맨유가 마법같은 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바로 치차리토. 우측 코너킥에서 루이스 나니가 크게 올려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네마냐 비디치가 헤딩 패스로 건넸다. 이를 중앙에 있던 치차리토가 뒷통수를 활용한 헤딩슛으로 연결하면서 스토크 시티의 골 네트를 갈랐다. '진기명기'에 나올 법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맨유가 기선을 제압했다.

헤딩으로 연결되는 멋진 골을 향해 해외 언론들은 'amazing header'라는 표현을 곧잘 쓴다(헤딩슛을 'header'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믿기 힘든 헤딩골'이 나올 때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치차리토는 나니의 왼발 크로스가 크게 휘어지면서 몸을 골문 반대로 돌렸다. 비디치의 헤딩 패스가 연결될 때 골문을 정면으로 바라볼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대로 점프해서 뒷통수에 볼을 맞히면서 믿기 힘든 백헤딩 골을 성공했다. 정말 'amazing header'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다.

멕시코 출신인 치차리토는 1988년생이다. 175cm 62kg의 가냘픈 체구지만 '축구 아이큐'는 상상을 초월한다. 3대 연속 멕시코 국가대표를 지낼 만큼 피가 타고 났다. 골을 잡아낼 수 있는 위치선정과 깔끔한 마무리 능력이 돋보인다. 그런 범상치 않는 모습이 퍼거슨 감독의 레이더 망에 걸렸고, 지난 4월 그는 '치차리토'라는 이름으로 맨유 유니폼을 입게 됐다.

치차리토는 'amazing header'로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하더니, 후반 막판에 또 한 번 골을 잡아내면서 맨유를 살려냈다. 혼전 상황에서 에브라의 하프 발리슛이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자,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연결하면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탁월한 위치선정과 볼에 대한 집중력, 그리고 정확한 마무리 능력이 다시 한 번 빛났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치차리토가 맨유의 올 시즌을 살렸다"라고 이야기했다. 맞는 이야기다. 맨유는 이날 전까지 올 시즌 4번의 리그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에 그쳤다. 뒷심부족의 약점을 노출하면서 승점을 많이 까먹었다. 이날도 후반 막판 툰자이 산리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치차리토가 승리를 이끄는 소중한 골을 터뜨렸으니 말 다했다.

맨유는 스토크 시티를 꺾고 승점 17점을 기록하면서 리그 3위로 올라 섰다. 선두 첼시와는 승점 5점차. 만약, 스토크 시티전이 무승부로 끝났다면 첼시에 승점 7점차로 뒤지면서 우승 경쟁에서 많이 뒤처질 뻔 했다. 또한, 원정 5경기 연속 무승부로 '원정 징크스'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맨유 입장에서는, 악몽의 순간에서 치차리토가 구세주가 된 셈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시즌 초반 최고의 위기를 맞이했던 맨유에 영웅 기질을 타고난 신성이 나타났다. 자신의 별명처럼 작지만 단단한 완두콩 같은 인물. 그는 바로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다.

▼ 치차리토 'amazing header' 보기! ▼

출처=유투브 닷컴(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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