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꼬박꼬박 내온 영세기업에 갑자기 19% 고리 적용

'부실 은행의 대명사'로 떠오른 외환은행이 대기업들로부터는 수천억 원씩 원금을 떼이면서 군소 영세 업체들로부터는 조폭들이 운영하는 고리 대부업체 수준의 이자를 물리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IMF이후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결국은 외국은행에 매각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외환은행은 대기업에는 특혜 금리를 적용하면서 영세업체에는 살인적인 대출 금리를 적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외환은행은 원래 외국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특수은행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역할을 담당하면서부터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무리한 영업 전략을 세웠다가 부실화가 심해진 대표적인 은행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외환은행 서초중앙지점에서 1억 원을 대출받은 E사의 경우, 하루도 이자를 연체한 적 없이 꼬박꼬박 이자를 내왔다. 하지만 외환은행측이 2007년 갑자기 연리 15~19%라는 '고리채 금리'를 적용하는 바람에 원금 상환은커녕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업체들은 몇몇 은행의 갑작스런 고금리 전략에 폐업까지 몰리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E사는 1억 원의 대출금 가운데 계속되는 상환 압박에 못 이겨 2400만원을 상환한 후 나머지 7600만원에 대해 여전히 19%의 고금리 이자를 견뎌내고 있다. 그 금액이 월 125만원이나 된다.

E사 관계자는 "지난 8 여 년 동안 외환은행에 갖다 바친 이자만해도 원금을 상회함에도 금리를 낮춰줄 생각이 없다더라“며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도 은행이자 내랴 직원들 급여를 마련하랴 힘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고율의 이자를 내라고 하니 조폭을 동원해 돈을 뜯어내는 사채업자와 뭐가 다르냐“며 울분을 토했다.

같은 은행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리의 이자를 내고 있는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재력이 건전한 다른 은행으로 인수시키거나 그게 어렵다면 정부가 엄격한 잣대로 부실의 책임을 물어 금융계에서 퇴출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에 물려 있는 조 단위의 부실 채권 때문에 부실해졌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외환은행이 부실의 원흉인 이들 대기업들에는 중소업체들에게 적용하는 고금리의 3분의 1도 안 되는 특혜금리를 적용하고 있음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사실이다.

외환은행의 이 같은 이중적인 대출금리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으며, 시민들이 금융대출을 감시하는 소비자 단체를 만들어 서민들의 피를 빠는 은행들의 고금리 정책과 같은 반윤리적 폭력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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