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부채·인수대금 납부 상황 지켜봐야" 지적도

[투데이코리아=양만수 기자] 치열한 접전 끝에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의 승리로 돌아가자 현대자동차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예상외의 일격을 맞아 내상이 깊을 만도 한데 의외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4000억원 차이로 밀렸지만 현대차도 5조원 이상을 써내며 현대건설에 눈독을 들였던 터라 여운이 긴 것은 사실이다. 이런 모습은 16일 공식적인 반응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적정한 가격과 조건을 제출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채권단에서 현대건설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했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완전한 실패로 보지 않는 기류도 있다. '승자의 저주'를 염두에 둔 시각이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도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일정한 가격(주당 3만1500원)에 다시 사주겠다는 풋백옵션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때문에 시장 예상가보다 최대 2조원 가량을 더 써낸 현대그룹이 전체 자금의 3분의 2를 외부 차입금으로 메운 만큼 부채를 어떻게 갚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1분기(1~3월)로 예정된 인수대금 납입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확언하기 이르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 채권단과의 재무약정 등 재무적 부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염려할 것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 회장은 18일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인수자금 등은 염려할 것 없다"면서 "재무약정 역시 현대상선이 이미 좋아져서 아무런 이유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 인수를 전제로 마련한 현대차그룹 전체의 경영전략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쯤이면 내년 경영전략의 얼개가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지만 현대건설 인수를 상정해 뒤로 미뤄왔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차는 지난달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그룹계열사간 협력을 통한 구체적인 경영 시너지 창출방안도 함께 공개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사업분야, 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 친환경차량 개발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현대건설의 해외시장 동반 진출과 해당지역에서의 차량 판매 확대를 노릴 계획이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계열사는 현대건설을 통한 건설용 철강자재 판매확대, 자재생산, 구조물 제작 등 연계구도를 형성할 방침이었다.

또 자원개발사업 추진을 통한 원재료의 안정적 수급 달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원개발사업을 희소자원인 리튬 등으로 확대해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내놨었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국내·외 고속철도 시장에 현대건설과 동반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현대건설 해외플랜트 부문 성장에 따른 기자재 사업 확대도 꾀할 방침이었다.

글로비스는 현대건설의 해외 프로젝트 수행시 안정적 물류서비스와 글로비스의 건설자재 운송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특히 현대엠코의 경우 현대건설 인수가 어려워진 만큼 자체사업을 통해 나름의 성장세를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룹내 사옥 및 제조시설의 개·보수 및 관리에 치중하면서 장기성장도 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 실패로 핵심사업 부문인 자동차 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건설부문을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마련한 자금을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와 주택을 연계한 스마트시티와 같은 계획은 다른 파트너를 찾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수전 패배가 연말 정기인사 시즌과 맞물려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책성이든, 분위기 쇄신 차원이든 대대적인 물갈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그동안 연말 인사 패턴을 감안했을 때 이번 인수전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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