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지난달 23일, 연평도 주민들은 포탄이 떨어지고 불길이 치솟는 아비규환 속에서 생활터전을 뒤로 하고 뭍으로 피신해 찜질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숙식문제 등 생존권을 해결해야 줘야 할 정부나 인천시는 “피해액을 산출 중에 있다”, “재원이 부족하다”, “관련 법규가 없다”며 차일피일 미룬 지 벌써 열흘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이들의 생명과 재산도 지켜주지 못한 정부가 이들의 생존권까지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군사적 충돌로 발생한 피란민들이 개인 소유의 찜질방에서 지내는 이 현실은 그 어떤 명분을 갖다붙여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들 피란민들의 거처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한 개인 사업자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다.

'인스파월드'
인천 중구 신흥동 연안부두 인근의 찜질방. 이 업소의 박 대표는 연평도 피격 직후, “연평도 피란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인천시청으로 먼저 연락을 취했으며 지금도 이들을 돌보고 있다.

현재는 옹진군청으로부터 숙식 비용을 제공받고 있으며 피해지원금(중학교 이하 50만원, 중학교 이상 100만원)도 일부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여명이었던 주민은 이제 700여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는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알바생 10명을 더 고용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 대표가 이곳에 들러 “고생 많으시다. 곧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위로하고 돌아갔지만, 아직까지 지원 대책이 마련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인천시는 어떤가. "연평도 피란민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경비는 곧 제공하겠다"고 연락은 왔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원은 여전히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한 인터넷 웹사이트가 이들 피란민들의 식단을 공개했다.
커다란 접시에 쌀밥, 잡채, 김치, 생채, 콩나물 무침이 담겨 있고, 그 옆에 오뎅국이 놓여 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에는 음식을 찜질방 바닥에 차려놓고 식사를 하는 연평도 주민들의 애처러운 모습이 담겨 있다.

한 인터넷 트위터가 지난 29일 '주민들에게 무료로 찜질방을 내주신 인스파월드를 돕자'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트위터에서 삽시간에 리트윗돼 나갔고, 라디오 방송에서 모금 운동이 소개됐다. 하지만 참여도는 그리 높지 않은 실정.

정부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총리실 산하에 그 흔한 '대책본부' '연평도주민 지원TF'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없다.

급기야 찜질방살이 피란민들 사이에서 “대통령님은 찜질방엔 안 오십니까”“우리가 짐승입니까”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본토 공격을 당했고, 처음 맞이하는 피란민 행렬에 당황한 정부가 처방대책과 관련법을 찾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게다가 이들을 연평도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아달라고 해야 할지, 완전한 이주대책을 세워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국가를 대신해 연평도 난민들을 보살피고 있는 찜질방 주인에 대한 성의 표시와 관심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SBS드라마 '대물'에서 목청 높여 외치는 서혜림(고현정)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다시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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