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영남대학교 감독, 최고의 지도자를 향해 힘찬 발걸음!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단골 안주로 삼는 것이 바로 '축구천재' 이야기다. 먼 옛날의 선수부터 요즘 떠오르는 신예들까지 '축구천재'에 대한 관심은 항상 뜨겁다. '축구천재'에 대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다 보면 어느덧 빈 술병과 훌쩍 지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빛낸 전설적인 스타들의 최근 모습과 이야기를 풀어보는 '레전드 인터뷰'의 첫 초대손님이 '축구천재' 소리를 들었던 인물이다. '축구천재' 하면 꼭 떠오르는 주인공, 바로 김병수다. 현재 영남대학교를 전국의 강호로 성장시키면서 지도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병수 감독을 만나 축구에 대한 진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19년 전 한일전의 추억

2011년 1월 중동의 카타르에서 아시안컵이 펼쳐졌다. 수많은 축구팬들이 '잠 못드는 1월'을 보냈다. 특히,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추억의 한일전'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명승부들 가운데 김병수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한일전이 있었다. 바로 1992년 1월에 펼쳐진 바르셀로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이었다. 당시 김병수 감독은 후반 43분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막판 몸을 공중으로 띄워 하프 발리슛을 터뜨렸고, 그의 왼발에 걸린 볼은 원바운드가 되면서 시원하게 일본의 골네트를 갈랐다. 이 한방으로 '김병수'라는 이름 석자는 축구팬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됐다.

19년 전 한일전 이야기를 꺼내자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병수 감독이다. "상황이 워낙 극적이라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그리 잘 한 경기가 아니었는데, 어려운 시간 때에 골을 만들어내서 만족스러웠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김병수 감독의 결승골로 일본을 잡았고, 이후 중국전에서 승리하면서 본선진출권을 손에 쥐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팀의 공격사령관이었던 김병수 감독이 올림픽 본선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지독하게도 따라다니던 부상이라는 그림자가 또 한 번 김병수 감독을 뒤덮었다. '비운의 축구천재'라는 이야기가 그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수 감독은 "이미 지난 일이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항상 행복하게 볼을 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 "부상을 당하면 아쉽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은 없다"고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병수 감독은 오히려 선수로서의 아쉬움이 지도자로서의 빠른 출발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어린 나이에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후배들을 가르치고, 팀을 강하게 키워나가는 부분이 즐겁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비운의 축구천재'로 통하던 아쉬운 선수시절을 훌훌 털어내고 지도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김병수 감독이다.

# 2011년 한일전과 아시안컵

2011년 1월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왕의 귀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51년 만에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한걸음이 모자랐다.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분루를 삼켰다. 다시 한 번 '아시안컵 징크스'라는 이야기가 고개를 들었다. 대회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우승의 최대고비를 넘지 못했으니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진한 아쉬움을 남긴 카타르아시안컵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김병수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우승의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남다른 재능을 보이면서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가 비춰졌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손흥민, 지동원, 윤빛가람, 구자철 등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냥 딱 봐도 재능이 남달랐다"며 후배들의 출중한 실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아울러 김병수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더 크기 위해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팀 젊은피 또래의 대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감독 입장에서 가능성과 함께 숙제를 냉정하게 짚어냈다. "(어린 선수들이) 지금도 훌륭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차곡차곡 더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경험이 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며 이번 아시안컵이 후배들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아스널' 영남대학교

김병수 감독은 지난해 그야말로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부임한 지 2년 만에 영남대학교를 전국무대 정상에 올려놓았다.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면서 지도자로서 성공시대를 열어젖혔다. 33년 만에 영남대학교에 우승을 안긴 뒤 김병수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며 헝그리 정신을 드러냈다. "나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며 의욕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런 김병수 감독의 노력은 영남대학교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도 준우승 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그 동안 약체로 평가받았던 영남대학교는 2010년 봄과 가을의 두 차례 전국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국 최고의 강호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음은 당연하다.

김병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아스널'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축구계에서는 '아스널 영대'라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 아스널과 많이 닮아 있기에 이런 평가가 나온다. 직접적인 비교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빠른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닮아 있다. 공수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고 세밀한 패스가 기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팀을 맡고 난 이후에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선수들의 볼터치와 패스를 확실히 하는 것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을 계속 가다듬으면서 영남대학교의 내실을 다졌고, 그런 부분이 지난해부터 완성의 모습으로 드러나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학교를 강하게 키울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물었다. 김병수 감독은 "언제 어디서나 축구만을 생각해왔다"는 짧은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선수 시절에도 그랬지만, 지도자 길로 접어든 이후에도 계속 축구에 모든 삶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축구에 빠져서 지내야 축구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도자가 되고 난 뒤에는 공부의 필요성을 더욱 느꼈고, 항상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큰 부상을 안고서도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던 축구천재 김병수가 후배들과 함께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진정한 승부사'로 거듭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아인슈타인 지도자'를 향해!

김병수 감독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최고의 지도자'라는 대답을 시원하게 내놓았다. 밤을 새워 축구의 전술에 대해서 공부하고, 큰 소리를 지르면서 제자들의 볼터치 하나하나를 짚어주는 모습이 모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런 부분들이 시나브로 쌓이면 조금씩 조금씩 최고의 순간이 눈 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축구를 연구하고 또 연구할 것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김병수 감독은 '아인슈타인의 법칙'과 '지도자 스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으로서 아인슈타인 법칙을 가슴 속에 새겨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첫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단순한 것을 찾아라. 둘째, 불협화음 속에서 화음을 찾아라. 셋째, 어려움 한가운데에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축구로 시작해서 축구로 끝나는 자신의 인생 중심에 이 세 가지 법칙을 박아두고 끊임없이 발전을 꾀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아울러 김병수 감독은 언젠가 국내지도자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다는 뜻을 솔직히 드러냈다.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목표를 이루면, 지도자 후배들을 위해서 작은 일을 하고 싶다. 그들이 더 좋은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도록 '지도자 스쿨' 같은 것을 만들어 멋진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지도자 은퇴 이후의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한 번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비운의 축구천재'라는 별명을 들으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은 과거에 미련을 남기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진리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제는 '비운의 축구천재'가 아닌 '멋진 지도자'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자, "내가 그런 자격이 있나"라고 손사래를 친다. 당당한 자신감에 겸손함까지 겸비한 김병수 감독이 '아인슈타인 지도자'로 계속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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