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급증하는 소비량 못따라가

[투데이코리아=박 일 기자] 피시플레이션(Fisheries+Inflation)의 도래다. 피시플레이션은 농산물 자원 부족에 따른 물가폭등을 일컫는 애그플레이션처럼 수산자원 부족으로 인한 수산물 가격 폭등을 일컫는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어족자원이 점점 고갈되고, 이에 따라 수산물 생산이 급감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수산물 소비 급증 등에 따른 어족자원 부족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t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전 세계 수산물 어획량은 2000년 6300만t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1인당 수산물 소비량(연간)은 2000년 들어 매년 증가세다.

이 같은 수급 악화로 국제 수산물 가격 지수는 지난해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수산물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15일 거래된 고등어(중품)의 ㎏당 경락가격은 4380원으로 1년 전보다 38.6% 올랐다. 물오징어는 67.3%,건오징어(20마리)는 57.1% 각각 급등했다. 갈치 역시 ㎏당 1만6700원으로 전년 대비 24.6% 상승했다.

고등어와 갈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족을 중심으로 수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한파와 폭설 등 이상기온 탓으로 분석된다.

대형선망수협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바다에 파도가 강해 조업을 나가더라도 그물을 던지기가 어려워 어획량이 줄었다”며 “고등어는 한시적으로 관세가 풀려 냉동 수입산 물량이 유통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도 최근 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5일 일본 수산물 시장에서 홋카이도산 참다랑어 한마리가 사상 최고가인 3249만엔(약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당 13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수산물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급증하는 수요다. FAO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소득증가로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연간 16㎏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전 세계 수산물 공급량은 10년 전에 이미 정점을 치고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산물 수요 증가는 중국, 인도 등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신흥국에서 두드러진다. 2006년 중국의 수산물 소비량은 약 2800만t으로 2000년보다 118% 증가했다.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중심으로 고급 수산물의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0년 FAO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세계 수산물 소비량이 1985년 12.6㎏에서 2005년 16.4㎏으로 30% 늘어난 반면 빈곤국가들은 같은 기간 6.8㎏에서 13.8㎏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해 빈곤국가에서의 수산물 수요 증가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농산물 가격 상승의 여파로 수산물 양식에 들어가는 사료값마저 비싸지면서 가격 부담이 늘고 있다.

오경택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에 이어 수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피시플레이션((Fisheries+Inflation)'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글로벌 소득증가와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으로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반면, 수산물 공급은 수산자원의 남획에 따른 규제 강화와 기후변화, 유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선박 수가 대폭 감소되며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가격 인상에 따라 양식을 통한 공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피시플레이션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가상승도 어업에는 큰 타격이다. 유가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선박수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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