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체벌의 모호한 구별 기준과 추락하는 교권 속에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어

▲엎드려 뻗처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간접 체벌을 허용한다는 정부 방침에 지난 2일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전면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로써 체벌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여중생을 마구 때리고 욕설을 퍼부은 박 모 교사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체벌에 대한 가이드 라인도 함께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학생에게 체벌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교사의 감정에서 비롯되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체벌하고 모욕감을 줬을 경우, 그리고 물건 또는 신체를 이용해 부상 위험이 있는 부위를 때리거나 학생에게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로 사회적 통념상 타당성을 잃는 경우를 체벌이라고 명명했다.

이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6년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김 모 교사 사건에 대해 "체벌이 불가피한 경우도 아니고 정도도 가볍지 않아 객관적 타당성이 없는 행동"이라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법 재판소는 "체벌은 신체 이상 유무를 살핀 후 정해진 도구를 사용해 상해가 발생할 위험이 적은 부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말해 직접적인 체벌이 아니더라도 모욕감을 주는 등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면 체벌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게 사법 당국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에게 엎드려 뻗처를 시키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달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직접적 체벌은 금지하지만 교육적 훈육인 간접적 체벌은 단위 학교에서 학칙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서울, 경기 등 이른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간접 체벌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기준이 불분명한 간접 체벌 허용은 오히려 학교 현장에 혼란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 교육청은 체벌 전면 금지를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올 상반기 중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7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소재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방문 당시 초등학교 운동장 한 쪽 구석에서는 교사 1인이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15명의 학생에게 엎드려 뻗처를 시켜 일선 교육 현장과 정책 입안자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3~4학년 사이로 보이는 학생들은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던 이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엎드려 뻗처와 일어서기를 반복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약 30여분간 진행된 이날 교사의 훈계(또는 체벌) 후 학생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교실로 향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17일 밝힌 '간접체벌'의 내용에 따르면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직접체벌의 상대적 개념으로 간접체벌을 정의했다. 이어 구체적 방법으로 팔굽혀펴기, 운동장 걷기 등을 예로 들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학교 운동장에서 엎드려 뻗처를 하고 있는 15명의 학생들 역시 그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무너지는 교권 속에서 '엎드려 뻗처'는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랑의 매'일 수 있다. 반대로 학생들에게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간접체벌과 직접체벌의 모호한 구별 기준 속에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체벌금지 원칙과 이로인해 학생지도권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교권의 '불편한 동거'가 이뤄지는 현실 속에 정부와 교육당국에 '엎드려 뻗처'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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