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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송인석 기자] 정부가 16일 당정협의를 거쳐 내놓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원방안은 유동성 확보를 통한 단기적 처방과 사업구조 개선에 따른 중장기적 처방을 담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LH의 총부채는 금융부채 90조7000억원을 포함해 12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LH는 지난해 사업규모를 당초 43조원에서 26조원으로 축소하고 대부분의 신규사업도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올해 30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데 반해 실제 수입규모는 24조원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라는 점이다. 약 6조원의 사업비 조달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LH에 대한 신용 보강을 통해 당장 올해 필요한 6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키로 했다. 또 선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LH의 사업구조를 개선해 중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지원방안의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또 부동산 경기가 변수로 작용해 자금조달이 계획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6조원 유동성 확보 지원

올해 LH의 사업비 대비 수입에서 6조원의 '구멍'이 생기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판매대금 회수 및 채권발행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LH의 자산판매대금 회수 계획은 17조4000억원, 채권발행은 17조원이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해도 사업비 30조7000억원 대비 약 6조원 가량이 부족하다.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LH의 신용보강에 나서 채권발행을 확대하고 미매각 자산 판매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LH공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시행령을 개정, 손실보전대상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LH법 개정안은 LH가 보금자리주택과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적립금 보전으로도 모자라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LH공사법에서 규정한 보금자리주택, 산업단지 외에 임대주택 운영과 세종시 및 혁신도시 건설에 따른 손실도 정부가 보전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에는 LH 사업을 정부가 보증한다는 시그널을 줘 LH의 신용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채권발행도 한결 수월해진다.

정창수 국토부 1차관은 "LH 사업에 대한 손실보전은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는 LH에 대한 정부 신뢰를 대외적으로 공포하는 의미"라며 "임대주택 건설에서 발생한 손실을 분양주택의 수익으로 보전하고 있어 정부가 실제 재정을 직접 투입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LH가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융자받은 30조원도 후순위채로 돌리고 기금 여유자금으로 연간 5000억원 가량의 LH채권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채무변제 선순위였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을 뒤로 미뤄 투자자들이 채무불이행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들의 분양대금채권을 담보로 한 1조원 규모의 ABS도 발행한다. 현재 LH의 ABS는 임대료 및 공공임대 분양대금만 기초자산으로 잡고 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보금자리 지구에서 발생하는 분양대금까지 유동화시킨 것이다.

27조원에 이르는 미매각 자산 판매대금 회수를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LH가 판매특수법인(SPV)을 설립해 팔리지 않은 자산을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회계상으로 LH의 재고는 줄고 이를 담보로 한 채권을 발행하면 판매대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토지를 위탁판매하고 사옥 등을 팔았다가 임대해 쓰는 '세일 앤 리스백' 도입도 검토중이다.

이밖에 정부는 LH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도 현행 10년 거치 20년 상환에서 거치기간을 10년간 연장키로 했다. 국민주택기금 융자로 짓는 국민임대주택의 임대기간이 30년에 달해 건설비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LH가 갚아야 하는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은 올해 53억원으로 내년에는 438억원, 2013년 914억원, 2014년 1560억원 등으로 급증하게 돼 있다. 2018년까지는 총 2조원에 달하는 융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를 10년 연장시켜 주면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민간자본 참여 기회 넓혀 사업구조 개선

정부지원의 다른 한 축은 '선투자-후회수'의 사업구조 개선이다. 보금자리, 세종시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LH의 투자부담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LH의 대표적 사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현재 논의되고 방안은 60~85㎡이하 보금자리주택을 민간 건설사가 짓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택지비는 LH와 같은 조성원가의 110%선에 책정되고 가구당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민간이 받을 수 있다.

또 보금자리 사업시 공공과 민간이 공동법인을 설립해 택지개발에 나서도록 하거나 PF부실 사업장을 매입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LH 부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대주택 건설비용 절감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LH가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한 다가구 신축 주택을 매입해 임대토록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도심내에서 공급되는 다가구주택을 사전계약으로 사들여 시중가의 80%, 최장 10년까지 거주 가능한 장기전세로 공급한다는 구상으로 7월께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또 현재 3.3㎡당 541만원으로 돼 있는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재정지원 기준단가도 높이고 25% 재정분담율도 상향해 LH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임대주택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혜택도 지방공사 수준으로 낮춰 연간 390억원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국회통과 '걸림돌'…"근본적 사업성 제고해야"

이번 지원방안이 LH의 단기적 유동성 확충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신용보강으로 LH 채권에 대한 리스크는 상당부분 사라졌다"며 "올해 계획한 17조원 수준의 채권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발행 외에 LH 수입의 나머지 축인 판매대금 회수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2월말까지 LH가 회수한 자산판매대금은 모두 1조7000억원으로 당초 계획 대비 9.8%에 불과하다.

당장 혁신도시로 이전해 갈 정부기관으로부터 1조2400여억원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 기관의 종전 부동산이 잘 팔리지 않아 분양대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법 개정 사항이 많은 점도 걸림돌이다. 주택기금 후순위채 전환과 보금자리건설 민간참여 등 주요대책은 LH공사법, 보금자리주택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또 택지개발시 민관 공동시행을 허용하는 택지개발촉진법 개정안이나 혁신도시 종전부동산 매입기관을 LH외에 지방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으로 확대하는 혁신도시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정부 지원으로 LH의 상황이 일부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다시 정부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과감한 사업구조조정과 LH 자체사업의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125조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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