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비자금 조성하면서 낙마한 전력...남양유업 도덕성도 사주(社主) 따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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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용환 기자] 최근 남양유업의 매출이 급상승, 식품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도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남양유업은 분유업계에선 라이벌 기업의 세균 파동으로 덕을 보고 있으며 새로 진출한 커피믹스 시장에서도 호조세를 띄고 있다. 지난 2009년 매출 1조원 돌파에 이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처럼 남양유업은 식품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남양유업은 도덕성 문제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업계의 실적에 맞는 도덕성 요구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 게다가 그간 남양유업이 보였던 모습은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 남양유업, 식약청에 뇌물로비 의혹...식약청에 여러 약점 잡힌 듯

지난 2월 27일 한 방송사의 보도로 남양유업이 뇌물 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 인사로 보이는 이에게 식약청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예전에 문제되지 않았던 것까지도 문제 삼아 단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또한 남양유업이 식약청에 금품을 준 정황도 포착됐다.

남양유업과 식약청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의 대화 끝자락엔 업체 관계자가 “몇 장 (봉투에) 넣었다. 두 장이다”라는 말을 건넨 것.

식약청의 뇌물 수수도 문제가 있지만 남양유업의 도덕성 문제 역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남양유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금품을 건넨 징조가 있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약청 측 관계자는 자신들이 남양유업의 약점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녹취록에는 식약청에선 남양유업에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식약청이 묵인해 준 것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의 뇌물 수수도 문제가 있지만 남양유업의 도덕성 문제 역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와 동종 업계에선 남양유업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남양유업의 해명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 리베이트 단골 기업?

남양유업은 리베이트 단골기업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많이 흘러나왔다. 소아기능이 예민한 신생아의 특징을 이용해 산부인과에 분유제품을 부당하게 공급한 것. 신생아들이 한 번 어떤 제품을 선택하게 되면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 산부인과에 분유제품을 독점 공급하기 위해 뒷돈을 주고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남양유업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자사의 조제분유를 사용하는 79개 병원에 418억원을 저리로 빌려줬다. 또한 해당 병원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해당하는 가구나 가전제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사실상 첫 분유 선택권이 박탈됐고 뒷거래로 인한 경제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되돌아 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같은 점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남양유업은 이를 무시하고 또다시 저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신생아의 분유에 대한 선택의 권리를 자사의 이윤을 위해 깡그리 무시한 셈이다.

◆ 남양유업 제품의 유통기한은 고무줄?

지난해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지난 유아용 분유를 고객사은품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무려 4개월이 지난 유아용 분유를 기한만 위·변조시켜 고객사은품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유통기한 표시에 종이라벨로 덧씌워서 속였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직원의 단순한 실수일 뿐, 회사 차원에서 위변조를 했다거나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점이다.

업계에서는 분유제품은 통상적으로 유통기한 2개월을 앞두고 수거를 한 뒤 폐기 처리하는데 남양유업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의 경우 종이라벨까지 덧씌우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남양유업의 해명에 냉소를 보였다. 과거에도 남양유업은 비슷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990년 탈지분유의 유통기한을 위·변조한데다 지난 2008년에는 수출용 분유 제품을 재가공하는 방법으로 유통기한을 늘린 바 있다.

잊을 만하면 또다시 남양유업은 유통기한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 홍원식 회장의 화려한 전력...‘비자금 조성으로 구속된 적 있어’

현재 남양유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다. 김웅 대표이사가 남양유업의 운영을 맡고 있다.

창업주의 후계자인 홍영식 회장이 존재하고 있지만 경영일선에는 복귀하지 않고 대주주로 남아있다. 물론 홍 회장도 과거에는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나 중도하차한 뒤 경영 일선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홍원식 회장은 1999년 병역비리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2003년에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홍원식 회장은 1999년에는 아들 홍진석씨의 군 면제를 위해 브로커를 통해 병무청 징병관에게 1500만원을 전달했다.

또한 2003년에는 남양유업 목천 공장 신축공사 수주 과정에서 시공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1999년부터 2001년 12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13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홍원식 회장은 2007년 2월 경제인 특별사면으로 복권은 됐으나 아직까지 경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홍 회장의 전력으로 인해 일각에선 남양유업의 도덕성 문제를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사주의 전력에 빗대어 비난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 상도의 깡그리 무시?

최근 남양유업은 동종업계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커피믹스 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이 새로 진출하면서 기존 업체들의 제품을 형편없는 것으로 몰아세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겉봉투에 ‘프림까지 좋아야 커피’ ‘놀랍게도 프림속 화학적 합성품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라는 홍보문구를 적시했다. 이는 프림에 카제인나트륨을 첨가한 기존 업체들의 커피믹스는 마치 인체에 해로운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것.

이에 기존에 있던 커피믹스 제조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남양유업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일부 불가리스 제품에 카제인나트륨을 쓰고 있으면서도 이 같이 홍보해 논란이 불거졌다. 상도의를 저버린 것 뿐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인 셈이다.

분유 분야에서도 남양유업은 라이벌 업체를 비방하면서 고소를 당했다. 남양유업 판촉직원들은 육아전문 사이트에 상대 기업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한 남양유업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세균 검출 파동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쟁사 매일유업의 분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새 것으로 교환해준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만약,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라이벌 기업의 악재를 자사 영업에 활용하는 행태인 것이다.

◆ 소비자는 왕이 아닌 봉?

남양유업은 경영이념으로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양유업이 보여준 모습은 이 같은 경영이념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초보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남양유업의 여러 문제들을 지적하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찬사의 글도 있지만 ‘남양유업은 소비자가 왕이 아닌 봉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의 소비자 우롱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팀장은 한 언론을 통해 “남양유업이 이렇게 반복적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은 이 회사의 도덕성 상실에 따른 결과지만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크나큰 문제다. 기업이 물게 되는 과징금이 비도덕적 행위에 따르는 수익에 훨씬 못 미치니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한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면 업계 전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남양유업, 도약 위해선 도덕성 동반돼야

남양유업의 성장세는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양그룹이 도덕성 문제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결국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속에서 식품업계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는 남양유업이 도덕적인 결함을 보일 때 안전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컨설턴트의 전문가인 도그 렌닉은 “기업의 도덕성, 특히 리더의 도덕성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도덕성이 없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이에 남양유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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