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보유기업들 보안수준은 엉망 대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2002년에는 5건( 2000억 원)이었지만 이후 매년 증가하면서 2003년 6건(13조 9000억 원), 2004년 26건(32조 9270억 원), 2005년 29건(35조 5000억 원), 2006년 31건(13조 573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3년부터 2006년 8월까지 국내 첨단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건수가 모두 92건에 피해 예상 규모는 무려 9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사실은 과학기술부가 국회 과기정위 신상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 와이브로 기술 유출 될 뻔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의 핵심 기술이 국내 한 IT 업체의 전현직 연구원들에 의해 해외로 유출 될 뻔 했으나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적발돼 실패한 사례가 있다.

포스데이타가 개발한 와이브로 관련 핵심 기술을 유출한 뒤 미국에 팔아넘기려 한 전직 연구원 정모(40)씨 등 3명과 현직 연구원 황모(46)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미국에 인터넷기술 업체인 I사를 설립해 운영하던 중 포스데이타 측과의 불화로 올 3월 해임됐다. 이에 김씨를 따르던 정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포스데이타 사무실에서 외장 하드디스크와 e메일 등을 이용해 와이브로 핵심 기술 자료를 빼낸 뒤 I사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중 일부는 I사 본사로 유출됐지만 핵심 기술은 미국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은 포스데이타 직원 30여명을 추가로 I사에 합류시켜 빼돌린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뒤 I사를 미국 IT업체에 1800억 원에 매각하려 했던 것.

국정원은 “기술 유출에 따른 불법행위가 문제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법률 검토까지 하는가하면 기술자료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가 거리낌 없이 유출하는 등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한 사례”라고 밝혔다.

◆ 첨단기술 유출에 무방비

또 다른 사례로, 최근 휴대전화 부품 생산업체인 B사의 경우 소속 연구원 양모씨 등 8명이 3개월간 차례로 퇴사했다. 이들은 회사에서 신모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핵심 인력이었다.

양씨 등은 홍콩 국적의 K기업이 세운 회사에 들어가 B사에서 빼돌린 정보를 활용하려다 정보당국에 적발된 것.

이 기술은 연구개발비만 206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유출됐을 경우 수출 피해액이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업에서 발생하던 첨단기술 유출 사고가 최근에는 중소·벤처 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기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기술유출 시도 적발 사례는 2003년 이후 6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으며, 적발되지 않는 사례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보안관리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조사 대상 68개 기업 중 퇴직자 관리시스템을 갖춘 곳은 7%에 불과해 '사람에 의한 정보유출'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핵심시설에 CCTV를 설치하고, 문서와 컴퓨터 저장장치의 외부 유출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단 노리는 산업스파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구미공단에서 LCD 핵심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중소기업 A사가 국가정보원의 보안진단 서비스 후 통보 받은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국정원 진단 결과 A사의 보안체제는 56점으로 인원보안이나 문서보안, 시설보안 등이 50~70점에 불과했다.

전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국산 LCD TV 핵심기술 업체의 보안수준은 이처럼 평균점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인천 공단 내 H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도체 공정장비 업체인데, H사는 내부 직원과 해외 경쟁업체가 짜고 계획적으로 핵심 기술을 빼돌리려 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당할 뻔 했다.

산업 스파이의 기술유출 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실제 유출됐을 경우 해외 경쟁업체의 유사제품 출시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볼 뻔 했던 사건이다.

이처럼 IT산업의 해외 유출은 분야별로 휴대폰, LCD 등 전기전자 분야가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보통신 기기 분야 21건, 정밀기계가 8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기술유출 기도가 전체의 77.8%인 67건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을 기도한 사람들의 신분은 전직 직원인 경우가 56.5%인 52건으로 가장 많고, 현직 직원이 29/3%포인트인 27건 순이며, 유치과학자, 용역업체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유형별 적발실적을 보면 매수인 경우가 전체의 77.1%인 7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유출 동기의 경우 35건, 38%가 금전에 대한 유혹으로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IT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소·벤처기업의 신기술을 노리는 산업 스파이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구미 등 구로·가산 등 산업공단 중심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에서는 이런 첨단기술의 유출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지만, “현직 직원과 유치과학자, 용역업체 직원들의 유출건은 특히나 막기 힘들다”며, “외국인 연구원의 경우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고, 내부 직원의 퇴사시 보안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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