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최근 개봉 현황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많은 영화들이 1년 이상 개봉 날짜를 미뤄두고 있는 상태다. 크랭크업까지 마치고 후반 작업을 끝낸 데다 포스터 촬영까지 다 했으면서 할리우드에 밀릴지도 모른다는 부담 때문인지 다들 영화를 내놓지 않고 있다.

덕분에 지난 8주 동안 박스오피스는 '검은 집'을 제외하고 할리우드 영화가 판을 치고있었다. 한국영화들은 죄다 쉬쉬하며 지난주 개점휴업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영화관에 가도 관객들은 볼 만한 한국영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위기론은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왔다. 매년 한 번쯤은 회자되는 한국영화의 위기, 도대체 무엇이 위기라는 말인가.

기자가 매주 다녀오는 영화기자 시사회는 최소 5개다. 하루에 두 개의 시사회가 진행될 때도 있어 아쉽게 보지 못하는 영화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사회 대부분이 국외 영화라는 것. 6월 마지막 주에 본 한국영화 시사회는 '해부학교실' 단 한 편이었다. 넘쳐나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한국 영화가 이렇게 쩔쩔매고 있다.

항간에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문제가 된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할리우드 영화가 문제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얘기들은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수박겉핥기 수준의 문제제기일 뿐이다.

지난 29일 내한했던 '슈렉3'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한국 영화계에 퍼져있는 할리우드 경계령을 지적하면서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는 서로 상호보완하는 관계”라는 말을 했다.

관객을 끌어들이고 싶다면 영화는 '잘'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시장 한 켠에서 속옷을 팔고, 떡볶이를 파는 상인들에게 영화 표값인 8000원은 금쪽같은 돈이다. 그런 그들이 8000원이란 돈을 아낌없이 내고 볼 수 있을 만한 영화를 만들면 된다.

최근 한국영화를 잠식할 만한 힘을 보여준 '슈렉3',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3', '트랜스포머'뿐만 아니라 곧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한국관객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객들이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웰 메이드 영화들이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배우 송강호가 말한 것처럼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과도기”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영화가 붐을 일면서 “도대체 저 영화는 왜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도 수 없이 많이 개봉했다. 이제 정신 차리고 거품처럼 부풀어 있었던 영화계의 내부적 병폐들을 정리할 때가 왔다.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네 탓이던가. 내 탓 네 탓이 문제해결의 척도는 아니다. 무릇 좋은 경쟁자를 만나면 자기 자신을 더욱 단련시킬 수 있는 법이다. 문제를 외부적 요인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내부에서 찾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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