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 왔다갔다 한 닮은꼴 이력에 언론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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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월27~29일 일본을 방문했다. 대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 위로하고 정계 지도자들을 만나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했다고 한다.

뒤늦은 방일,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는
손 대표의 방일은 작년 10월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정당 외교에 나선 것인 만큼 언론의 관심이 컸던 모양이다. 무려 29개 언론사가 동행 취재를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4월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23개 언론사보다 많다.
그러나 일본의 3대 초특급 호텔 중 하나인 뉴오타니 호텔 숙박비를 포함해 기자 1인당 150만원의 경비를 들인 취재 치고는 국내 보도가 심심했다.
대지진을 위로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고, 7월 첫 주 결정될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부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일본 정계의 응대도 의례적이었다. 일본기자클럽의 초청을 받아 일본 언론에 자신을 알린 정도가 의미 있는 소득일 것이다.
손 대표의 방일은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외국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손 대표가 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중국 고위인사들을 만나는 것을 보면 그런 의도가 분명하다. 민주당 내의 경쟁자들에게서 손 대표가 당대표 프리미엄을 이용해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는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닮은꼴 정치 이력

이목을 크게 끌지 못한 일본 방문이지만 손 대표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대면은 흥미롭기도 했다. 손 대표와 간 총리의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간 총리의 정치 이력에는 시민운동가라는 항목이 반드시 따라다닌다. 간 총리는 여권운동가 출신 여성 정치인의 선거참모를 하다가 직접 정치에 투신했다. 실제로는 내세울 만한 활동이 없었지만 시민운동에 관여했다는 데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두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도 1977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담당 간사로 사회참여를 했다. 영국 유학 후에는 기독교 계통 시민단체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보건복지 담당 각료를 지낸 것도 공통점이다. 간 총리는 1996년 1월 후생상으로, 손 대표는 같은 해 11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두 사람 모두 학생운동을 했고, 진보에서 출발해 보수정당에서 장관을 한 후 진보 정당으로 당적을 바꿔 당 대표가 되었다. 현재의 소속 당명도 민주당으로 같다. 나이는 간 총리가 1946년생, 손 대표가 1947년생이다.
외면상의 유사점보다 더 흡사한 것은 두 사람의 내면이다. 손 대표는 옥스퍼드대학 정치학 박사이고, 간 총리는 도쿄공업대학 이학부를 졸업하고 변리사 사무소를 운영했었다. 두 사람 모두 과학적 사고 훈련이 잘 되었을 것 같지만 실제 말과 행동은 과학과 거리가 멀다.

과학적 사고 부족…간 실패 반면교사로
손 대표의 경우 작년 수요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일어난 배추값 폭등을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으면서 노무현 정권이 기틀을 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절과 천주교 성지를 전전하며 몸을 감춘 행동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간 총리는 대학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가 연쇄 폭발하자 반(反) 과학적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반면 대지진 대응 실패 책임 추궁에 대해서는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두 사람 다 화를 잘 낸다. 간 총리의 별명이 ‘버럭 간’이고 손 대표가 정부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어휘들은 대단히 독하다.
손 대표가 간 총리의 정치 스타일까지 닮아서는 그 자신과 국민이 모두 곤란해 질 것이다. 손 대표가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면 간 총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우선 옥스퍼드 박사라는 견장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과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이성을 앞세워야 한다. 국익보다 정략을 중시한다면 큰 정치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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