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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맨 앞에서 달리는 주자는 바람을 가장 먼저 맞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 짝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역풍이 한 편이어야 할 현 정권과 한나라당 내부에서 불고 있는 점이 묘하다.

대세론 역풍 불기 시작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가 최근 발간된 월간조선 8월호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말했다. 이 특보는 “지금 1등이 끝까지 1등을 할 것이란 전제는 잘못됐다. 박 전 대표에게 특단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액면 상으로는 박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대세론에 안주하지 말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의(眞意)는 따로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느 때,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파장이 달라진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웃으며 손을 잡은 듯 보이는 시기에 이 대통령 측근에서 어긋나는 신호가 나왔다. 이 특보는 이명박 정권의 순장조(殉葬組)를 자처한다. 청와대 홍보수석 재임 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경쟁력 거론해 약점 자극
이 특보의 말은 특단의 경쟁력 강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권의 대선 주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에게 크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약점에 대해서는 전부터 여권 내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2007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를 절정에 이르렀고 그 후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박 전 대표의 대선 경쟁력을 재검토하겠다는 분위기가 일찌감치 권력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차기 대권 유력자에 대한 내부 견제는 있었다. 대체로 다른 경쟁자의 발목잡기였다. 집권 세력 핵심이 퇴임 후 안전 보장을 노리는 방편으로 유력자에 대한 견제론을 펴는 경우도 있었다. 이 특보의 발언은 현재로서는 후자 쪽으로 해석된다.

지역구 불출마 요구 압박
박 전 대표를 흔드는 또 다른 바람은 총선 역할론이다. 박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을 찾았다가 기자들이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가 (지역) 유권자들께 처음부터 약속드린 것이 있고 저는 신뢰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했다.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발전 약속을 위한 노력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 특유의 ‘원칙과 신뢰의 정치’론이 또 다시 발휘된 대목이다.

그러자 한나라당내에서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먼저 토를 달았다.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가세했다. “총선 불출마를 하겠다든지 비례대표 뒷번호, 또는 서울 강북과 같은 험지로 출마로 당에 변화를 주고 분위기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대선에서 친이 쪽에 섰다가 박근혜 대세론으로 기울고 있는 인사들이다.

박 전 대표는 자신에게 역할을 요구하기 이전에 “공천을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거의 여왕’이라는 자신일지라도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가 잘 하겠다는 말을 하겠냐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 않다.

야당보다 무서운 내부의 적
그러나 그 같은 입장이 지금부터 내년 총선 공천 국면까지 관철될지는 의문이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 출마 고수는 서울시장을 마친 뒤 백의(白衣)로 대권 도전에 나섰던 이 대통령과 자주 비교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만약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그 책임의 큰 몫을 박 전 대표에게 돌리려는 분위기도 있을 터이다. 지금은 사소한 듯 보이나 나중에 커질 수 있는 구실들이다.

이런 일들이 대선까지 한참 남아있는 지금 불거지고 있다는 것은 이상과열의 조짐이다. 한나라당의 대선 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첫 과제는 대세론의 역풍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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