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실력, 한국에선 무엇이 우위인가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학위 위조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KBS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굿모닝 팝스'를 진행하는 이지영(38) 씨도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밝혀져 또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씨는 '영국 브라이튼대 졸업, 동대학 언어학 석사과정 수료'라는 이력을 가지고 지난 2000년부터 무려 7년간 '굿모닝 팝스'의 진행을 맡아왔다. 게다가 '라디오 부문 최우수 MC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역량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 18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에서 대학을 다닌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 그의 학력은 고향인 전남 광양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것이 전부였던 것. 또한 영국에서 런던 남동족의 소도시에서 1년여긴 어학원을 다니고 이후 브라이튼 시에서 기술전문학교를 1년 정도 다닌 게 영국 생활의 전부였다.

신정아 교수나 이지영 씨 둘 모두 학력 위조가 밝혀지기 전에는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거머쥐고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신정아 교수는 국내 최대 미술행사인 광주 비엔날레의 공동 예술 감독 자리를 맡으면서 국내 미술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며, 이지영 씨는 영어 회화 프로그램 진행의 일인자로서 7년여의 시간을 청취자들과 함께 해왔다.

학력 위조가 밝혀진 이 두 사람의 실력에 대해 이전에는 누구도 수군거리지 않았다. 그들의 실력이 학력을 의심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솔직하지 못했던 '거짓말'이 문제가 됐다.

그들 스스로가 실력을 뒷받침할만한 학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학력을 위조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이씨의 경우 이후 거취문제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찬반양론이 뜨겁게 분분하다.

KBS 측에서 19일 녹음분을 끝으로 이지영씨의 하차를 결정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배신감이 너무 크다', '정당하게 학위를 딴 수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허위학위가 빼앗았다'며 문제를 지적했고, 이외에도 '이지영씨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집단소송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반면에 '이 씨가 잘못하긴 했지만 굿모닝 팝스 진행자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의견과 '속인 것은 잘못이지만 학벌로 문제를 몰고 가면 능력은 있지만 학벌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는 동정론을 내놓는 네티즌들도 있다.

이번 파문은 한국 사회의 학벌 우선주의가 만들어낸 신 교수와 이 씨의 파문은 한국 사회의 폐단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모 대학의 관계자는 “대학 졸업장이 인생의 정점을 결정하는 최고의 수단이 돼버린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인 그들이 행동이 어쩌면 선택이 아닌 강요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한국 사회의 병폐를 지적했다.

이 씨의 파문과 관련, 동정론을 보이고 있는 한 학생은 “학벌 보다는 실력이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한국 사회에 도래하기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닌 듯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 지금도 이 두 사건을 바라보며 가슴 졸이고 있을 사회 곳곳의 실력자들이 있다.

신 교수와 이 씨의 파문이 한국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문제인지, 혹은 자신의 학력을 속인 두 사람이 만들어낸 문제인지 정답을 꼬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학벌 우대 의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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