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간첩들의 지하당이 또 적발되었다. 이를 두고 일부가 ‘공안탄압’이라고 떠벌리고 있다. 국가더러 공안수사를 아예 하지 말라는 식이다. 세상이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나? FBI더러 소련 간첩을 수사하지 말라니?

사건에 접해서 친북적 변혁운동의 일반적 패턴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우선 최고 사령부가 있다. 물론 평양에 있다. 최고 사령부가 직파간첩, 포섭간첩, 남한내 자생적 종북 그룹에 총노선(總路線)의 테제를 정해준다. 구체적인 행동 요령은 통전부(노동당 225국)이 줄 것이다. 요즘엔 이메일 한 장으로, 신년 공동사설 하나로, 방송 한 마디로 ‘할일’이 간단하게 전달될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아마도 주로 자생적 핵심 그룹이 기존 좌파 정당 사회단체에 침투한다. 침투조가 정당 사회단체 내부의 NL 동조자들을 모아 그 조직의 전략부위를 점령한다. 그것을 활용해 그 정당 사회단체를 장악한다. 이를 교두보로 다른 유사 정당사회단체를 차례로 견인하면서 연합전선체를 만들고 대중운동체를 만든다.

또 한 편으로는 이념투쟁 담론투쟁 선전선동, 세뇌공작 문화투쟁을 전개한다. 낮은 단계인 ‘민주화’ 투쟁론에서부터 점차로 ‘민족주의’ ‘민중주의’ 투쟁론에 편승한다. 편승해서 그것을 자유민주주의, 순수민족주의, 도덕적-인도적 민중주의로부터 이탈시켜 친북적 종북적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론’으로 변질시킨다.

이 단계에서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민주사회주의, 김정일 체제에 대한 이의(異意), 기타 체제내적 개혁론이 ‘개량주의’라는 이름으로 추방당하고, 운동 주조정실을 친북, 종북이 하이재크 한다.

이와 병행해서 각계각층(노동, 교육, 종교, 매체, 출판, 문화, 사이버 공간, 대학,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각종 연구소, 공공기관 등)에서 ‘모호한 진보’ ‘도덕적-인도적 진보’ 담론에 경사된 사람들 중 ‘쓸모 있는 바보들’에 해당하는 숫자가 급증한다.

대중 차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미선이 효순이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은 중우(衆愚)적 휩쓸림, 소용돌이, 떼법 군중, 폭력 군중이 생겨난다. 그 현장에서 전위적 선동가와 문화운동 팀이 작동한다.

이 진행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걸쳐 친북적 민족통일전선론, 가진 자와 기업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 공권력과 법질서에 대한 경시, 위계질서 파괴, 조반유리(造反有理, 대드는 것은 옳다) 풍조, 각종 괴담(怪談), 종말론적 불안감과 불신감, 전쟁공포심과 “도망가자” 패배주의, 안보 혐오, 반미주의가 횡행한다. 이쯤 되면 변혁적 무드는 상당부분 진척되는 셈이다. 정권만 좌파로 가면 금상첨화다.

지하당 간첩 조직이 적발 될 때마다 변혁운동의 이 같은 뒤집기가 대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뒤흔들리는지를 계속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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