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원한 바보, '영구' 심형래가 영화 '용가리' 이후 7년 만에 'D-WAR'를 가지고 감독 자리에 돌아왔다. 100% 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컴퓨터 그래픽 사용과 초호화 기술감독들의 노력이 일구어낸 우리 영화 'D-WAR'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영화시사회는 시종일관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어수룩하면서도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심형래 감독의 언변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아울러 개봉할 영화에 대한 신뢰감을 한층 더 구축시키기에 충분했다.

- 첫 기자시사회를 마친 소감

▲ 사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되지도 않는 길에서 무모한 짓 많이 한다고들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신념은 있었다. 된다는 확신, 이게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된다는 확신으로 열심히 했다. 아무튼 오늘부터 시작인데 다행히도 미국에서 1700여개 개봉관을 확보했다. 겨울방학에는 일본에서도 500개 개봉한다.

또 100%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시키는 것, 유명한 미국 스텝을 구성해서 진행하는 것 모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들 때 마다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촬영환경이 외국이었고, 외국 배우들과 함께 하느라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 난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는데, 그쪽 사람들이 어려워하더라.(웃음) 난 편하게 했다. 전 세계 영화의 80% 이상이 영어로 진행되고 배급된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외국에 영화를 팔 것이 아니라 직접 배포해야 한다. 우리도 전 세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영화 속 소재인 이무기가 동양신화인데, 영화에선 유럽 중세시대 분위기가 났다.

▲ 우리 나라 전설을 모토로 했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진행하면 외국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나라를 한정시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유럽 분위기를 냈던 이유는 서양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무기라는 전설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아주 좋은 콘텐츠이다. 용은 어느 나라나 알지만, 용이 되기 전 괴물인 이무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그래서 용이 되는 과정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 서양인들이 좋아할만한 서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 영화 후반부에 아리랑이 편곡돼서 깔려있다. 한국 영화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의도적 장치인가.

▲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정관념이 너무 심하다. 차이코프스키,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만 좋은 음악인가. 우리 아리랑도 풀 오케스트라로 연주해서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알려보자고 계획했다. 그래서 아리랑을 의도적으로 넣었다. 처음엔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용이 승천할 때 아리랑과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고 얘기한다.

- 기존의 코미디언 이미지와 감독 이미지의 충돌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많았을텐데.

▲ 제임스 카메론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난리났을 거다. 하지만 심형래가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4~50%는 깎여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 컴퓨터 그래픽은 만족스럽지만 스토리 면에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 나는 '반지의 제왕'을 본 후 골룸 밖에 생각이 안 났다. '쥐라기 공원'은 공룡 쫓아다니다가 끝나고, '인디펜던스데이'도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물리치고 끝난다. 근데 왜 내 것만 가지고 그러는가.

내가 실수한 부분은 다시 고치고 싶지만, 현장에선 보이지 않는 그림과 컴퓨터 그래픽을 가지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찍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 천릿길도 한 걸음 부터니까. 11월부터 찍을 예정인 2탄도 많이 기대해 달라. 영구가 마피아 보스가 되는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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