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민자 기자>
지난 19일 한나라당 후보청문회의 파장이 크다. 이를 계기로 후보간 검증 공방의 불씨를 없애려 했던 한나라당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문제는 청문회 이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오히려 여권에는 공격의 빌미를 주는 등 한나라당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됐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 측이 이러한 여권의 네거티브에 동조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분열을 자초하는 상황이다.

청문회 바로 다음날인 20일 열린우리당 탈당 그룹인 대통합추진모임 소속 김동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의 87년 포항제철 감사록을 열람한 결과 도곡동 땅은 이 전 시장의 소유라는 김만제 당시 포항제철 회장의 발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곧바로 “검찰에서 이미 '혐의없음'으로 해명된 사안”이라며 반박했지만, 의혹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 후보측은 이를 호재라고 판단했는지 즉각 이 후보측에 공격을 가했다. 캠프측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의 포철 경영실태 감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의 땅임이 드러났다”며 “명백한 사실을 놓고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 등이) 서청원 고문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일종의 무고이고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캠프 내에서는 이 후보가 지난 청문회 때 차명보유 의혹을 부인한 데 대해 “대종상 신인연기자상감”이라는 냉소까지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박 후보와 10%p 차로 좁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국민의 10명 중 6명이 이 후보의 청문회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의 공격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이-박 두 후보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 후보측 정두언 의원은 박 후보를 향해 “'공멸의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며 박 후보가 여권과 네거티브 공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24일로 예정된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 지도부는 연설회 취소가 “제주연설회에서 두 후보 지지자들의 물리적 충돌”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양 극단을 향해 치닫는 두 후보의 싸움이 당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이전부터 검증위원들 사이에서는 “당도 더 이상 (두 사람의 싸움을) 막을 길이 없다”며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서 두 후보는 차분히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현재 여권이 자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국정원, 국세청에 이어 감사원까지 동원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데도 오히려 한쪽에서는 이를 박수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이를 두고 여권과 경쟁 후보가 '공조'했다는 등 의심을 멈추지 않는 것 또한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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