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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한나라당이 '안철수 쓰나미'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안철수 열풍'의 해석을 두고 중진 의원들 간 고성까지 오가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지도부는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안철수 교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당의 진로와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현격한 대립각을 보였던 것.

원희룡 최고위원은 8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발언에서 "국민은 (안 교수에게) 감동을 먹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옆에서 야유하고 헐뜯고 있다. 한나라당이 참회록을 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유효기간이 다 지난 해묵은 이념 타령을 하는 모습에서 더 큰 위기를 본다"고 지적했다. 원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작심이라도 하고 온듯 사뭇 의미심장했다.

원 최고위원의 당내 자성 목소리가 회의실에서 수그러들기 무섭게 김영선 중진 의원은 "안 교수가 새로운 지도자상을 만들어낸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면서 네 편, 내 편을 가르면서 '내 편은 옳고 한나라당은 모두 나쁘다'는 식의 태도야말로 가장 구태의연한 정치 태도"라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기존의 기성 정치에 대해 신랄히 지적한 원 최고위원에 대한 항변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그 어떤 중진 의원도 거드는 인사는 없었다. 오히려 홍준표 대표가 "오늘은 여기서 이만 끝내야겠다. 자기 혁신과 개혁은 정말 중요하지만 자해 정치는 옳지 않다"며 에둘러 회의를 종료시켰다.

하지만 원 최고위원과 김 의원은 회의실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충돌했다.
김 의원은 "다 같이 만들어가는 당인데 그렇게 하면..."이라며 원 최고위원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에 원 최고위원은 회의실에서의 발언이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상기된 얼굴로 "정신 차리세요"라고 소리쳤고, "병 걸린 사람이 많아서..."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내달 26일에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홍 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홍 대표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정치권 전체의 편싸움에 국민이 좀 실망한 것이 아니겠느냐. 반짝 여론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의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을 넘어선 것을 두고서도 '반짝 거품'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문제는 안철수 교수 지지율이 거품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를 통해 드러난 이반된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희망과 변화의 목소리'가 안 교수를 통해 표출되었는데도 문고리를 걸어 잠근다면 그토록 외쳐댔던 '개혁과 쇄신'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내겠다는 말인가. 중요한 사안마다 철저히 말을 아껴왔던 박 전 대표도 "새 정치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당 쇄신론을 역설한 바 있다.

흔히들 정치는 '말(言)'이라고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의 변화 요구 목소리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지도부에서 '탁상공론'만 벌인다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관심을 기울여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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