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입 지지부진에 야권 후보 선정 급물살 속 羅 대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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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최근 말을 최대한 아끼는 느낌을 줬다.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느냐 문제를 두고서였다.

여론사에서는 야권에 맞설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떠올랐지만 집안 내부가 문제였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계가 나 최고위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외부영입에 무게를 둔 홍준표 대표가 "이벤트·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못 박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아류는 후보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친박계의 주장은 나 최고위원을 향한 것이었다.

나 최고위원은 최대한 조심했다. 만약 여론조사 결과를 등에 없고 나 최고위원이 강하게 나섰다면 당내 혼란이 벌어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당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뭐라고 얘기할 상황이 못된다. 당원과 시민이 원하는 후보를 뽑자는 말 그 이상은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 최고위원의 입이 아닌 그의 측근을 통해서 나왔다.

그런데 당 지도부의 외부영입이 성과가 없었다. 한때 김황식 국무총리 차출론이 힘을 얻기도 했으나 청와대가 강력 부인함으로써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서 외부 인사영입을 위한 작업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지만 야당 후보와의 차별성과 우월한 능력이 확인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야권의 통합 후보 선정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야권 통합 후보로 유력시됐다. 후보도 정하지 못한 한나라당에겐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했다. 나 최고위원이 자신감을 갖고 나설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나 최고위원은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과 정치인만이 아니라 그 정당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며 "당이 하나가 돼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외부영입은 지지부진하고 야권은 치고나가는 상황에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으니 가장 경쟁력 후보인 자신을 밀어달라고 당에 요청한 것이다.

당은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14일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부 언론에서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계파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에 대해 나는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며 "어떤 계파가 당내 예비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비토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 중진 이경재 의원도 "당내 계파가 견제를 하고 비토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제는 승리하는 길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 차출론이 계속 나왔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고 후속 인선 등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면 혼란만 자초할 것"이라며 "김 총리 차출론은 이제 접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확실한 것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당내에도 지지율 높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나 최고위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당내에서 무르익고 있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지지했던 문제는 풀어야 한다. 한 핵심당직자는 "나 최고위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계백장군을 언급한 것과 같은 결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 뒤에 빠져 '꽃가마를 태워달라'고 하면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번주 중 후보 선출 절차를 확정하고 외부 영입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같은 참신한 인물과 중럄감 있는 정·관·재계 출신 인사를 복수로 영입해 경선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내달 4일 체육관 대관을 하고, 당내 인사 1명과 외부 영입인사 1명의 '양강 구도'로 흥행몰이를 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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