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싸움에 정치권과 시민후보 간 경쟁 더해져

[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나경원 최고위원이 26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에는 박영선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와 함께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시민후보로 나서게 됨에 따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 구도는 4파전으로 정리됐다.

현재까지만 보면 이번 선거 구도는 그동안 치러진 보선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거에는 정권 심판론이라는 큰 틀에서 여야 간 대결 구도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이번 보선에서는 제도 정치와 시민 정치 간 대결이라는 새 전선이 더해졌다. 이석연·박원순 변호사가 단기간에 형성된 정치 불신이라는 정서를 등에 업고 보선에 뛰어든 결과다. 박 변호사에 대한 지속적인 높은 지지율은 정치 불신 이라는 정서가 단기간에 폭발했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다. 또 정치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을 박 변호사가 일정 부분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여야 간, 제도 정치권과 시민후보 간 대결 양상이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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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정권 심판·전면적 복지 내세워
나경원 정책 대결·맞춤형 복지로 맞불

여야 간 대진표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박영선 민주당 후보로 짜여졌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부 심판으로 규정하고 복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태세다. 정권 심판론으로 야권 지지층을 모으고 보편적 복지 의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중도층까지 포섭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나 최고위원은 정책 대결로 선을 긋고 재정건전성을 기초로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 서울시장들이 남긴 25조원의 빚과 부패 문제를 심판하는 선거"라며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최고위원)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 재임 10년간 25조원의 빚더미와 서울시정 부패의 공동 책임자로 여겨진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장 보선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와 한나라당 나 후보의 가짜 복지가 맞붙는 2라운드"라며 "복지 전쟁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 치러온 만큼 민주당 후보만이 이 전쟁을 책임지고 최종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복지 정책 구상이 담긴 '엄마서울'을 기치로 내걸고 양평동 당산초등학교를 방문,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학교장 및 운영위원장과 만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일선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나 최고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구누구를 심판한다는 것은 서울시장 선거를 정치선거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최고위원은 "철저히 정책선거로 가겠다"고 밝혔다. 복지 문제에 대해선 "복지정책의 핵심은 어려운 분들부터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이라며 "필요한 분에게 필요한 정책과 혜택을 주는 '맞춤형 복지'가 돼야 하며, 그 복지정책은 재정건전성을 따져보고 하는 '정직한 복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나 최고위원은 시민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적극적이다. 출마 직후 가진 '밥퍼' 봉사활동에 이어 주말에는 걷기대회와 마란톤 대회에 참석했고 이날 오전에는 후암동 중증장애인 시설 '가브리엘의 집'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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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원순 기싸움 팽팽
한나라 물밑접촉 시사 이석연 독자행보 치중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후보 간 기싸움도 치열한 경쟁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정당은 정치불신이라는 외풍을 차단하고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차원에서, 시민후보는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새 정치모델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양보 없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서로 단일화 상대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비난과 비판은 자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박원순 변호사를 집중 공격했다. 지난 24일 박 변호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여론조사 3, TV토론 후 배심원평가 3, 국민참여경선 4라고 하는 경선룰을 받아들인다"고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3:3:4 방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방안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박 변호사측,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시민사회가 합의, 조정한 안이었다"며 "민주당이 주장한 안을 수용한다고 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여론조사 방식과 현장투표방식으로 단일화하면 6:4로,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박 변호사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선룰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 과정을 공개한 것은 중대한 파울 플레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박원순 변호사는 이름만 알고 활동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철저한 검증으로 정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왔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소속 후보 소멸론을 제기한 박영선 후보는 "박 변호사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강화되자 박 변호사도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이날 종로구에 위치한 한 북카페에서 열린 주부 가계부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 후보의 지적에 대해 "시민들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소망은 반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서울시의 새로운 소망과 욕구를 담아낼 것"이러고 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선 “얘기를 더 드릴 것이 없다. 경쟁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감동과 축제의 경선장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단일화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는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해두면서 독자행보에 치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진 원칙과 소신을 어떻게 시민에게 알려나갈지, 또 정치판에 어떻게 반영해 나갈지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낮은 지지율을 좀 더 끌어올려 막판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 전 처장은 이날 박원순 변호사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이 전 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후보라면 시민운동가 시절 활동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수도 이전과 천안함 피격,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생각 등 3가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자고 요구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도권밖에 있는 분들이 무소속으로 들어와서 정치권에서 성공한 예가 없다"며 "이 전 처장의 행보를 발전적 경쟁관계로 본다"고 했다.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분열이라는 상황으로 간다면 선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그래서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고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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