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심영역 확대 경기 안성 '김선미 의원'

'안성댁' 김선미 의원이 달라졌다.

지역 현안을 잘 챙기기로 이름나 안성댁, 안성며느리로 불리던 그녀가 단순지역현안보다는 국가 중대사나 의원 외교 같은 스케일이 큰 영역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는 것.

그렇게 하면 지역표가 떨어져나가 재선이 어렵다고 걱정해 주는 사람도 많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자신만의 로드맵대로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구민들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란 자신감 때문이라고.

초선 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많았던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좌충우돌만 하다 좌절하는 의원도 많았는데, 일을 많이 하면서도 국회의원 본연의 자세를 고민하는 의원은 드문 게 사실이다. 또 많은 초선들이 대선정국에서 줄서기에 더 신경을 쓰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터에 김 의원의 활동은 돋보이는 게 사실. 김 의원을 만나 지역구 관리에 대한 생각, 국회의원의 본연의 역할에 대한 견해, 의원 외교 등 21세기형 의원임무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이번 국회는 초선 의원들이 특히 많았다. 초선들의 17대 국회는 어땠는지 자평해 본다면?

▲변화가 많았다. 기존의 국회에 비교한 변화라면, 과거엔 권위를 내세우고 지역의 상징적 인물로서의 지도자 이미지가 강했는데 17대는 다가가는 이미지로 바뀐 점이랄까. 참신하다는 이미지로 바뀐 건 분명 장점이다. 또 직접 노력하는 정치를 한 것도 분명 내세울 점이다. 입법 과정이나 여러 일에 의욕적으로 나선 초선의원이 많았다.

반대로, 막상 그런 법을 마련할 때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한 경우가 많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이 추진은 했는데 통과된 법은 별로 없다.

또 우리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기존의 여당 이미지와 많은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낮은 정치를 하겠다고 외쳤는데 과연 이걸 했는지 반문한다면 자신이 없다.

-법안 이야기가 나왔으니 관련 질문 하겠다. 초선으로서 이번 17대 국회의 입법 패턴을 평가해 달라.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특히 많은 제개정 법안이 제출됐지만 내실을 들여다 보면, 정부 주도하의 법 문구 수정, 예민한 부분 수정에 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시대적인 요구를 잘 소화하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추진한 간호사법 같은 경우 21세기 의료체제를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했는데 법을 만드는 시스템이 못 따라줬다.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때로는 이끌, '큰 그림'을 바꿔주는 법은 통과가 안 됐다. 또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저 법이 무엇이길래 본희의장에서 저걸 통과시켜야 되나?” 생각도 들 때가 왕왕 있을 정도로, 법안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17대 의원들이 처음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탈권위를 많이 외쳤다. 이에 대해 평가해 달라.

▲낮은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이 정작 낮은 데 있지 않더라. 내 생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권위, 권한을 버리지 말았어야 한다. 권한을 버림으로써, 우습게만 보이게 됐다.
개인 김선미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국회의원 김선미는 엄청난 권한을 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성시민 대표니까 그런 것이다. 그렇게 무시당하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국회의원은 입법을 가진 입법가이자, 입법기관의 대표자다.

국회의원이 우스워지면 안 된다. 그런데 입법자가 아닌 정치인으로만 전락한 감이 이번 17대 국회에선 있었다.낮게 가자는 게, 탈권위라는 게 국민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러 낮게 가야 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저 악수만 하러 갔다.

이게 열린우리당의 잘못이라고 본다. 서민이라고 '자칭'만 한 셈이다.

-탈권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니 두 가지 연관주제가 같이 생각난다. 첫째는 김훈 전 시사저널 편집장이 썼던 바처럼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서민을 자처할 게 아니라 귀족적 품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도자다운 도덕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했던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무현 현 대통령이 탈권위를 너무 일찍 해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대목이다.

▲그 부분은 생각이 좀 다르다.대통령의 탈권위는 좀 다르게 봐야 한다. 잘 들어보기 바란다. 훌륭한 가문에서 대표자가 나왔어야 한다는 기존 생각이 우리 나라엔 있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지도자가(대통령이) 국민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지난 2002년 대선에선 “우리 소리를, 말을 들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공감대가 형성됐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만든 것. 그러므로 국회의원들이 섣불리 탈권위를 한 예와는 좀 다르다. 이번 정부의 장점은 입법부와 행정부를 분리한 것이다. 정부권한 과 당총재 권한을 가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대통령으로서)은 가진 가장 막강한 권한을 버린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압력집단 의견을 반영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초선의원은 압력집단에 쉽게 휘둘린다는 소리가 있는데? 또 김의원께서는 나름의 기준선 같은 게 있는가?

▲대표성을 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는 것도 물론 많겠지만, 협회 이익을 위한 대변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집단이기주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일반적인 여성들이, 노인들이, 장애인들이 저걸 원할까?' 싶을 때가 많다. 선별해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구인 안성을 잘 챙기는 국회의원으로 평가받아 왔는데?

▲(손사레를 치며) 그전엔 잘 챙겼는데 지금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 가서 일하라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실 지역구란 것이 필요없는 것이다.다만 각각 지역 특성에 해당하는 것을 들을 수도 있고, 국민 공통의 의견을 말하라는 것에서 지역구를 정하는 게 아닌가. 국회의원의 가장 큰 역할은 정부 감시를 하라는 것.

-그럼 본회의나 상임위에 치중한다는 뜻인가? 실제 그걸 입증할 만한 예가 있으면 자세히 들려달라.

▲이번 가을 국회를 위해 상임위 준비를 충실히 하려 하고 있다. 지금 지역구 현안에 사람을 투입하는 건 하나도 없다. 한 마디로 상임위에 올인 하는 것이다.
철도 관련 행사가 있어 보좌관들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일반국정을 잘 챙기고 지역에 소홀하게 되면 다음 선거에서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입법활동이나 정치 잘 하고도 지역구 민심을 잃어 국회 재입성에 실패한 사람도 많다. 그 문제를 어떻게 보나?

▲국회의원은 사소한 민원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취업부탁이나 상갓집 방문이 일이 아니란 뜻이다.

다만 지역에 큰 문제, 지역에 영향을 주는 법을 만드는 데 매진하는 그런 지역구 일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홍보를 안성에서 잘 안 하려고 한다. 대신 내가 만든 법으로 생활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편해지면 그걸로 평가해 달라고 지역구민들에게 부탁했다.

-요새 의원외교에도 공을 들인다는 소문을 들었다. 소개해 달라. 또 그렇게 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얼마 전 콜롬비아 정부 초청으로 그쪽 국회에 갔다 왔다. 의원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구 현안은 이제 지방자치제를 하니까 지방의회에 맡기고, 국회의원들은 국가 대표로서 정부 운영을 감시하고 의원 외교 같은 걸 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콜롬비아에 가서 회의차 날아온 전세계 여성의원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과 잘 교류해 두면 좋은데, 영어는 좀 해도 스페인어를 못하는 게 아쉬웠다.

정부간 공식외교채널도 중요하지만, 의원이 할 수 있는 외교영역이 있고 기업이 외교를 도와주는 대목도 있어야 한다.

외국어를 좀 열심히 국회의원들이 연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4년간 자기 맡은 영역에 관련된 외국어를 하면 친분을 쌓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도 의원외교가 더 활성화됐다면 덕을 좀 봤을 거란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과 우리가 외교관계가 잘 되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 자체가 적어진다. 또 우리 의원들이 그쪽 의원들과 친선이 깊었으면 그쪽 외회와 우리 국회가 많이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국회에 의원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이번 기회에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국회에 들어올 18대 의원들에게 당부할 점은?

▲이상한 권위를 버리라는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이라고 지역구에 내려가면 시장,군수, 단체장들이 도열하는 그런 권한을 없애라는 것이지, 지역의 대표로서 권위를 버리라는 건 아니다.

다만, 정당한 국가기관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은 충실히 누려라.

또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면 법안을 잘 만들 수 있다. 그런 위미에서 낮은 데로 임하라는 것을 부탁하고 싶다.이번 17대 국회의원들이 아쉬운 게 탈권위를 외치면서도 정작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정말 그렇게 없나? 같이 해 보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법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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