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한 이후 회복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게 함으로써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먹구름 속에서 헤매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우리네 경제구조에서 그 영향을 남달리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국 경제실상이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FTA는 우리 경제의 마지막 안전판이다. 수출이 늘어나야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불신을 차단할 수 있다. 특히 달러화가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한ㆍ미 FTA 비준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신뢰를 제고시킬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한ㆍ미 FTA 전체의 경제적 혜택은 한국에 유리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세계경제는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헤맬 것이고 자국 경제를 우선하는 보호무역주의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색된 국제무역환경에서의 돌파구로서 FTA 비준은 절실하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가진 한국에는 그 지속적 성장을 위해 FTA만큼 유용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사실이 한ㆍ유럽연합(EU), 한ㆍ칠레, 한ㆍ인도 등 앞서 발효된 FTA에서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가 보여 온 수출 실적과 경쟁력을 보면 거대경제권과의 FTA 이행은 기존 수출 증가세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7월에 발효된 EU와의 FTA에 이어 한ㆍ미 FTA까지 발효되면 한국은 몇 년 안에 세계 수출 5위 국가로 발전해 선진국 진입이란 탄탄대로를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정표 아래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한ㆍ미 FTA 협상을 시작하게 됐고, 2007년 원 협정이 서명됐다. 2007년 서명된 협정으로는 미국 내 비준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협상으로 FTA 이행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을 최소화해 보자는 정책적 판단을 국민 모두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란 전략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추가협상 내용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해 즉시 철폐 대상이었던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협정이행 4년 후로 연기하고 이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한국은 돼지고기 관세철폐 일정조정 및 의약품 특허시판연계 적용시한을 후퇴시켰다. 추가협상 후에도 2007년 원 협정의 큰 틀은 여전히 유효하고 한ㆍ미 FTA 전체의 경제적 혜택은 한국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추가협상은 일방적 양보가 아닌 이익균형이 반영된 협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분야는 미국의 우려를 일부 해소하고 영세한 양돈산업과 제약산업, 그리고 현지 주재원 비자 등에서 한국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해 이익의 균형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ㆍ미 양국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음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로 한ㆍ미 자동차업계 간 투자, 기술협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분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기존의 기계, 반도체 장비, 화학소재 분야는 물론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 신기술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미국 기업들과 협력함으로써 경쟁국인 중국, 일본에 비해 선점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일석이조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본 축적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35만 명의 취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증대와 생산 증가 등에 따라 취업자가 4300여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것이다.

한ㆍ미 FTA는 선진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개혁의 일환이기도

한ㆍ미 FTA는 무엇보다도 선진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개혁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을 그 예로 들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4%, 일본의 62%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우리보다 높은 가장 핵심적 이유는 바로 제도에 있다. 미국은 생산성에 입각해 임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다. 이에 걸맞게 미국 노동자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합리적으로 완성하는 직업윤리에 철저하다. 노사나 노노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이란 측면에서도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하며 이의 지름길이 바로 FTA이다. FTA는 우리의 노동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를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게 함으로써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의 도입을 촉진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침체일로를 체험하고 있는 국제 경제 환경과 물가 앙등 등으로 어려움을 거듭 겪고 있는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한ㆍ미 FTA의 조속한 비준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하는 돌파구로 작용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정책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대승적 차원에서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함으로써 수권 정당으로 진일보하는 자세를 다수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www.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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