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시인 장진성의 내가 본 남한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단순히 2040세대에서 보았는지 요즘 한나라당 내에서는 세대교체론이 부각되고 있다. 강호동을 영입해야 한다느니, 2040독자 팬이 많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영입해야 한다느니, 정작 본인들의 의사는 전혀 고려치도 않고 생각나는 대로 일단 이름들을 마구 공개하기에 바쁘다.

아무튼 참 난해하기 짝이 없는 한나라당이다. 한편 앞으로도 자신들이 거대정당으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야무지게 착각하는 자체가 한나라당스럽다.

왜 2040이 등을 돌렸는가에 대한 반성이 고작 그 세대의 호감인물을 포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말이다.

만약 현재 수준의 한나라당이라면 강호동이나 김난도 교수도 거절할지 모른다. 한나라당 팬이 되는 순간 2040 팬들의 몰매를 맞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정치정당으로서 자기들이 확보해야 할 대중성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또 어디서부터가 비극이었는지 그 잘못된 출발조차 모르고 있다,

내가 탈북하여 한국사회 첫 경험을 시작하던 2005년이었다. 남한의 좌우대립이 북한에 대한 시각차에서부터 갈라지기 때문인지 나는 그때 좌우 시민운동권에 있던 사람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내가 다시 만난 그들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좌파출신들은 시민단체 대표를 거쳐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아니면 안정적인 공기업이나 연구직으로 이직하여 운동의 보상을 누리는 한편, 우파출신 시민운동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늘 생계의 위협 속에서 아스팔트 투사로 생존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현실 앞에서 이것이 바로 좌파들의 분배정신이고 우파들의 시장정신 결과인가? 고 의심해보기도 했다.

나는 지금 보상을 전제로 하는 물질적 애국심을 역설하자는 것이 아니다. 왜 한나라당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가 추락하는지 그 본질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애국보수운동에 앞장섰던 NGO단체들이나 거기에 소속됐던 젊은이들을 과연 한나라당이 당의 운명, 미래로 포용한 적 있는가?

선거철에만 보수정당을 자처하고, 평시에는 항상 중도의 그늘에 숨어 저들끼리 공천싸움만 하는데 여념 없던 한나라당이 아니었던가? 과연 그 치열한 공천의 계산속에 젊은 우파, 시민운동가 출신이 지금껏 몇 명이나 됐는가?

자유민주주의는 여론이다. 그 여론을 만들고 주도하는 것이 다름 아닌 시민운동이다. 보수에는 젊은층의 여론이 없는데 어떻게 젊은층의 지지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좌익들은 다르다. 시민운동이 역사를 만든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젊은층부터 포섭하기 위한 온갖 생산적 이벤트들을 창조할 줄 안다.

그렇듯 좌익의 시민운동은 정치정당의 공천과 후원으로 조직적 계승이 이어지는데 보수에는 그런 정치정당이 없다. 그 결과를 말해주듯 내가 한국에 입국했던 2005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이 불안해하던 젊의층이란 2030세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2040으로 더 확대됐다. 이대로 세월이 흐른다면 그 확대범위는 더 넓혀질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강호동도 좋지만 우선 젊은 우파들, 아스팔트 투사들부터 비례대표로 모셔야 한다. 하여 애국운동에도 보답이 있고, 출세와 명예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약속해줘야 한다. 또 그것이 애국국민을 만드는 정치의 역할이기도 하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잘 아는 애국적 젊은이들은 너무도 많다. 다만 그들을 담아낼 정치적 그릇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한나라당이 공천정치만 제대로 보여줘도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의 자신감, 미래의 확신을 갖고 보수운동의 주역이 될 것이며, 지지계층의 계승도 가능해질 것이다. (blog.daum.net/nk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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