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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칼럼] 이 남자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지난 봄 꽃잎처럼 살랑이더니 가을이 되자 서릿발처럼 싸늘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에 갖은 떼를 쓰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두 얼굴이다.

‘외자유치 도지사’ 손학규 안면 바꿔

손학규는 경기도지사 시절 외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경기지사를 퇴임할 무렵 그는 자신과 경기도청 직원들의 노력을 ‘손학규와 찍새 딱새’란 이름의 책으로 펴냈다. 외자를 물어오는 공무원이 찍새, 투자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공무원이 딱새다.

손학규는 스스로 왕찍새가 되어 지구 열 바퀴 거리를 날아다녔다. 그 결과 재임 중 100여건, 140여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일자리 10여만 개를 새로 만들었다. 그는 경기도의 발전 방향을 외자 유치에서 찾았고, 글로벌 무역에서 시대정신을 읽었다. 그랬던 그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핑계로 한미 FTA에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그 기업에게 불합리한 상대국의 정책이나 법, 규제로 인한 재산적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해당 국가를 국제기구에 제소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ISD는 해외 투자의 정석(定石)으로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혜택을 보는 제도가 아니다.

‘찍새 도지사’를 자임했던 손학규가 이 제도의 취지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입에 거품을 물었다. 지난해 고르지 않은 날씨 때문에 작황이 나빠져 배춧값이 폭등한 것을 두고 “4대강 공사 때문”이라고 억지 쓰던 것과 다름없다.

정동영의 시대착오적 ‘을사늑약’ 주장

손학규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야권 통합의 대표주자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손학규가 FTA 비준동의안에 저항 없이 손을 들어주면 정동영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비주류와, 야권 통합 압박을 가하고 있는 친노 세력의 협공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금 경쟁자 정동영과 한 목소리로 FTA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야권의 주도권을 다투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고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손하규는 국가의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염두에 두고 찍새를 저지하는 ‘막새’로 변신했다.

정동영은 한술 더 뜬다. FTA를 두고 ‘을사늑약’이라니…!. 그렇다면 자신은 ‘대원군’이라도 되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그는 노무현 정권에서 열린민주당 의장으로 FTA를 선도한 인물 아닌가.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오고 집권당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던 사람의 역사인식이 이렇게 천박하고, 처신은 지조가 없다.

정동영도 야권 통합에서 자신의 정치적 부활을 노리고 손학규와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FTA를 전환점으로 그의 정치기반은 전북지역에 국한된 제후(諸侯)급 정치인은 무난할 것이나 전국적 명망을 다시 얻기는 틀렸다. FTA 당위성을 인정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송영길 인천시장에게도 밀릴 것은 당연지사다.

개인 플레이 극심한 한나라 소장파

한나라당에도 문제 의원들이 없지 않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은 합리주의자를 자처하며 외통위 비준동의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홍정욱 등 ‘몸싸움 안하겠다’는 의원들의 우와좌왕도 가관이다.

당신들이 아무리 외쳐도 상대방에선 공중부양에, 해머 드는 의원들이 나오게 되어 있다. 단식까지 하는 의원도 있다. 지금이 단식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질 상황인가. 참으로 철이 없다.

국운이 걸린 대격돌 와중에서 국익은 안중에 없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개인 얼굴 알리기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한 소장파 의원들을 보노라면 한나라당이 물갈이해야 할 것은 바로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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