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속의 M&A, 오너일가 분란··· 태생적 한계로 남아

▲ 노태우 전 대통령(사진=KBS 캡쳐), SK 그룹 최태원 회장


[투데이코리아=박한결, 이규남 기자] SK그룹은 그룹 내 압수수색이라는 악재에도 무릅쓰고, 지난달 14일 하이닉스 지분 인수계약을 마쳤다.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가 SK그룹의 품으로 들어오면서 SK는 통신, 정유에 이어 반도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가 단독 입찰을 해서 하이닉스를 조금 싼값에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는 총 발행주식 1억4610만주를 3조4267억원에 매입했다.

현대전자산업과 LG반도체의 합병으로 탄생한 하이닉스는, 1999년 당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인수대금만 2조5000억원을 지불했었다.

이러한 싼값 매입은 하이닉스 입찰 직전에 발생한 SK의 압수수색 사건으로 돌기 시작한 ‘인수 포기설’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K는 하이닉스의 주가가 오르면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인수 포기설’돌고 난 후 하이닉스 주가는 입찰일까지 2만4000원대에서 2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SK 역사상 세번째로 큰 M&A이다. 그간 SK가 진행했던 M&A가 소비자를 기반으로 한 내수업종이었다면, 하이닉스로 인해 본격적으로 B2B 거래에도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SK의 미래가 반드시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M&A가 SK그룹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줬지만 이와 함께 태생적 한계라는 짐도 남겼다. SK그룹의 발전에는 여러 의혹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도 국내 재벌 그룹 중 유일하게 통신과 정유 산업을 모두 영위한 SK그룹을 태생부터 ‘특혜’기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공기업 M&A 외에 오너일가의 분란도 태생적인 한계라는 발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태원 형제에 대한 수사가 깊어질수록 SK그룹의 사촌 간 분리설이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SK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2대 회장인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고, SKC 최신원 회장과 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은 창업주의 아들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선물투자 사건도 사촌간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SK그룹, 의혹인가? M&A의 달인인가?

현재 SK그룹의 양대축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두 번의 공기업과의 M&A로 완성됐다.

먼저 섬유에서 석유에 이르는 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 1980년 (주)선경(현 SK그룹) 시절 자원 개발의 대표기업이자 정유사 대한석유공사(유공)와의 M&A를 감행했다. 또 2006년에는 인천정유까지 인수하며, 오늘날 국내 1위의 정유사가 될 수 있도록 세를 더욱 넓혔다.

다음으로 SK는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고자, 당시 4271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M&A를 했다. 그러나 SK와 한국이동통신의 인수합병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큰 잡음으로 남게 되었다. 이 당시 정부가 대기업의 중복투자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사돈관계에 있는 선경그룹에 한국이동통신을 넘겨주게 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어 당시 사회에 큰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1999년에는 경영난에 빠진 제2이동통신인 신세계통신(017)을, 2007년에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까지 M&A하며, 지금의 거대 통신사로 입지를 굳혔다.

SK는 이렇게 독점 공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통신과 정유 산업의 절대적 위치를 선점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독과점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잠정실적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8619억원으로 지난 분기(4518억원)에 비해서는 90.8%, 지난해 같은 기간(3950억원)과 비교하면 118.2%가 증가했다.

또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의 녚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결과, SK텔레콤의 경우 매출액의 54.4%, 가입자의 50.6%를 점유하면서 이동전화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독과점을 운영하면서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LPG의 소비자 판매 가격을 담합하기도 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었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3∼2008년 SK가스, SK이노베이션은 E1과 짜고 LPG 가격을 부풀려 이 기간 중 연평균 당기 순이익을 종전 127억원에서 555억원으로, SK가스의 연평균 당기 순이익은 종전 121억원에서 583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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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C 최신원 회장


오너일가의 분란…‘부상하는 비주류’

SK 계열사 자금 선물투자 횡령 혐의와 관련, 재계서열 3위 그룹의 회장이 무속인으로 알려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왜 투기적인 선물옵션 시장에 뛰어들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재계에선 SK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가문의 분쟁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있다.

SK그룹의 창업주는 최종건 전 회장이다. 창업주에 이어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SK그룹을 이끌었으며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큰아들이다. 최태원 회장은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가족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 경영권을 승계했다.

창업주의 직계가 아닌 최태원 회장에게는 내부의 적이 있었다. 바로 창업주 최종건 전 회장의 2세들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받을 때부터 자산이 많지는 않았다. 1998년 상속 당시 부과된 세금 700억여원을 빚으로 메워 5년 동안 분납했다고 알려질 만큼 기본적인 체력이 허약했다. 최태원 회장은 SK C&C 지분을 담보로 수천억원을 빌리거나 지분을 매각해왔다. 한동안 그룹 오너들이 사재를 털어 재단을 조성할 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SK가 사회적 기업 설립 방식으로 공헌 활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 역시 최 회장의 현금사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 속에 창업주의 2세인 최신원 회장 등과 불안한 사촌경영을 해오던 SK그룹의 과제로 계열분리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상당한 실탄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최신원 SKC·K텔레시스 회장은 동생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부터 SK케미칼-SK가스-SK건설 지분을 모으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 왔다.

물론 현재의 지분상황으로 계열분리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계열분리를 위한 자금력이 부족한 데다 계열분리를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신원 회장의 의지는 ‘계열분리’에 대한 의욕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SK그룹의 뿌리인 SK네트윅스의 지분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게다가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C·K텔레시스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판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최근 최신원 회장은 임직원 격려 차원에서 자신이 보유한 에스케이텔레시스 주식 일부를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재계 총수가 개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SK그룹 안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오히려 재계 총수들은 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숨겨두거나 불법행위를 하다 들통난 뒤 이를 무마하는 차원에서 사회에 지분을 환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신원 회장은 평소에도 개인재산의 기부에 노력해왔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개인 돈 13억원을 기부해, 홍명보 축구감독 등과 함께 10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슈퍼리치클럽’회원 명단에 올라 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2009년엔 미국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기부 영웅’에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 수사로 곤혹스러운 최태원 형제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최태원 회장이 연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현재 최태원·재원 형제 중심의 경영권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오너 일가의 다른 계파인 최신원·창원 형제가 자연스럽게 부상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SK 반(反)투명경영 모습에 “최태원 회장, 뭔가 다른 줄 알고 기대도 해봤는데...”

한편 SK그룹의 비자금 의혹 및 그간의 불법행위에 대해 누리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SK와 최태원 회장을 향해 강하게 비난했다.

김혜경(vlkim)이라는 누리꾼은 “최태원씨, 상대적으로 젊고 해서 무엇인가 다른 줄 알고 한 때 기대도 해 보았다. (그런데) 돌아가신 최종현 회장 아버지 욕보이지 마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홍성환(iroquoiss)이라는 누리꾼도 “천하의 나쁜 인간 최태원. 최태원이 장사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런 XX 장사꾼이 국민들 등골 뽑아 먹고 죄를 지어도 죗값 받으려고 하지도 않고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K와 최씨 방계 패밀리, 신제품 개발보다 집안끼리 지분구조 기사가 더 많이 나오고 ‘빨대’라는 시중에 나도는 말이 생각난다”(송근배, sinad), “불법은 저질렀지만 듣지는 않아 괜찮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고방식인가”(장순기, solitaryjang) 라는 비난의 글도 줄을 이었다.

SK에너지와 SK가스의 LPG담합 자진신고와 관련해선 비판의 글이 더욱 많았다.
이와 관련된 누리꾼들의 반응 중에 ‘귀여운 늑대’라는 누리꾼은 “원래 저런 XX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보면 볼수록 열 받는다”라고 꼬집었으며 ‘도토리여사’라는 누리꾼은 “SK 기름값도 비싸고 통신비도 비싸다. 대체적으로 고객 뜯어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영철학이라는데 결국 탁상공론이다”고 말했다.

“이런 것을 보고 언행불일치라고 한다”(크랩크루), “진짜 국민들 피 쪽쪽 빨아먹는 대표기업”(장윤정ㅋㅋㅋ)이라는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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