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범여권과 남북관계 비전 제시 '선병렬 의원'

선병렬 의원은 한나라당과 가장 치열하게 맞서온 진보 정치인이다.

노무현 대통령 조직특보를 거쳐 정계에 입문, 열린우리당 의원(대전 동구)으로 활동 중이다. 17대 국회의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본회의장과 담당 상임위원회엔 법사위원회, 그리고 얼마 전에야 마무리된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 마당 등 현재 정치이슈가 산재한 곳마다 그의 발길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

이제 어느 때보다 바쁜 12월 대선정국을 앞두고 그는 또 정상회담 문제와 범여권 예비경선(컷오프) 등 굵직한 현안에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선 의원을 만나 그가 바라본 범여권 대통합, 범여권 후보선출, 남북정상회담 등을 들어봤다.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드디어 통합했다. 그러나 민주신당의 정체성을 놓고 '도로열린우리당'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열린우리당이 처음 창당할 때 여러 가지 정치 개혁, 서민 대중을 위한 정책 등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고 그것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됐다.

하지만 그때도 이미 열린우리당 스팩트럼이 넓어서 당내 통합을 가져오지 못했고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不在)했다. 강력한 리더십 부재가 더 중점적인 요인이라 생각된다.

대통합 민주신당이 되었는데, 국회의원 숫자로 보면 열린우리당 출신이 많아서 도로 열린 우리당이 아니냐는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내의 구성을 보면 시민단체에서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 원외의 결정은 시민단체쪽 사람들이 영향력이 크다. 그러므로 '도로열린우리당'이 아닌데, 국회의원 숫자로 볼 때, 도로 열린 우리당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제 민주신당 운영 과정에) 정당 운영에 대한 새로운 요구 등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도로 우리당'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 과거(의 우리당)와 다른 정치형태가 필요하다. 내부적인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국민들에게는 통제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 민주당이 민주당과 우리당으로 분당할 때나 (다수를 차지하고도 우왕좌왕한) 열린우리당의 행태 등은 많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우리당이 마지막 전당대회 자리에서 민주신당에 우리당 창당 정신을 심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왔다. 반면 합당 직전에 민주신당을 먼저 꾸린 쪽에선 우리당 인사들이 '사과'를 하고 들어오라고 했다. 사과와 창당정신을 놓고 두 계파가 갈등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열린우리당은 실패에 대해 수많은 사과를 했다. 당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당대표가 매번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았나. 이번 통합 직전에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법적인 형식의 사과가 아니라 도의적 책임,사과이므로 꼭 어떤 사과 형식을 꼭 채워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당 창당 정신이 깨끗한 정치, 잘사는 나라, 한반도 평화 등의 좋은 주제이므로 민주신당에서 못 이룬 창당 정신을 위해 노력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민주신당과 우리당의 합당 목적은) 새로운 틀 마련과 외연을 넓혀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신당이 국민경선단 대리접수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 여러 가지 소리가 많은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그건 토론의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당원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중에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명단을 베껴서 제출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대리접수, 대리신청은 가능한 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반면, 국민적 붐을 일으키기 위해 어느 정도 대리 신청 등 편의 절차를 허용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 문제가 부도덕성으로 흐르지 않는 선에서 조화롭게 처리하면 된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이미 대선 후보를 정했고, 민주노동당은 본격적으로 일정에 들어가 대선후보선출을 전국적 축제로 치르고 있다. 이에 비해 범여권의 예비경선(컷오프)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는 의견이 있는데?

▲우리도 걱정이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늦어졌기 때문에 서둘러 하려고 한다. 다만 한나라당이 일정을 끝내고 우리가 컷오프를 치르느니만큼 국민적 시선을 많이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컷오프가 잘 될 것으로 보는지? 또 컷오프를 잘 치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는 게 있다면 고견 부탁드린다.

▲컷오프, 꼭 해야 한다. 이는 범여권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의 중대한 문제이므로, 분명히 정책적으로 변별력을 느낄 수 있게 경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하위권 대선주자들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할 문제는 도저히 아니다. 내 의견으로는 4,5명선으로 압축해 놓은 상태에서 정말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진행하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대선주자들 입장에선 너무 가혹한 생존경쟁으로 느껴질 수 있겠는데? 이미 너무 많은 범여권 후보가 나온 상황에 의원님 의견대로 소수의 경쟁력 있는 후보만 놓고 진행하는 것은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친목단체가 아니라 정당의 문제니까 그런 것이다(단호). 나는 지금 많은 후보들이 대선출마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범여권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봉사나 희생 정신을 가진 정치인이 많지 않다. 당에 일이 산적해 있는데 당을 새롭게 하는 일에 희생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어 걱정스럽다.

무슨 반장선거처럼 단체로 나와 정견발표 정도나 하는 식으로 컷오프를 할 수는 없다. 국민들이 후보 개개인의 정책적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치열하게 검증해야 한다.

- 범여권에서 '손학규 때리기'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범여권으로 불러놓고 이제는 못 끌어내려서 안달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범여권으로 올 때는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따라 온 것이고 본인도 여러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선 과정에 서로 간의 다른 입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분의 경력이나 철학, 정치에 대해서 서로 공방을 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광주를 넘어서자'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부탁드린다.

▲손 후보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손 전 지사가) 광주 민주화 항쟁이나 광주가 가지는 역사성에 대해서 밀착성이 약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생각한다. 광주 사람들은 이미 역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런 노력들에 대해서 손 전 지사가 나중에 범여권에 나중에 들어오다 보니 (이해력의) 온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광주가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역사에 승화되어서 민주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에 광주 민주화운동의 당사자들이 광주 정신을 우리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이런 식으로 말했으면 그건 문제가 없다.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으로 돌아가서 민주 세력들이 단합해서 정권을 재창조하자”라고 말하면 오해가 없었을 것 같다.

- 이명박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되자, 이 전 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보다 쉽다는 범여권 일각의 자신감 있는 의견이 나오는데?

▲만약 박근혜 후보가 되었으면 '박근혜가 이명박보다 쉽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웃음) 누가 되는 것이 (선거전략 짜기에) 쉽겠느냐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쨌든, 이 전 시장이나 우리가 장차 세울 범여권 후보와의 살아온 과정, 한국사회에 대한 비전은 분명 차이가 날 것이다. 도덕성, 남북문제 등에 대한 인식도 그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이 전 시장과 우리측 후보가 분명한 차이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남북정상회담이 10월에 열리는 것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다. 이에 대해 한 말씀?

▲정상회담은 꼭 필요하다. 이 정부 임기 내에 남북이 정상회담은 꼭 한번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부도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 길이 열린다. 그게 정례화로 가는 길 아닌가.

이 전 시장측은 다음 정부로 정상회담을 넘기라고 하는데, 누가 뭐래도 내년 2월까지는 노 대통령의 임기다. 다음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들이 그 기간 중에 대통령이 하는 일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다음 대통령이 이번 대통령 임기를 깎아먹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지 않을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폐기를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나라당에선 나오는데?

▲그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본다.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 회담의 과제다. 남북정상회담이 그 문제에 매달리도록 주문하는 건 6자회담 부분과 핵문제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정상회담이 잘 되어야 6자회담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