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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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장례식이 끝났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시작되었다. 그의 시대는 어떤 시대가 될 것인가? 우선 대남정책에 관한한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북한도 여전히 ‘남조선 혁명’이라는 원칙론과 남남갈등 조장(통일전선 전술), 그리고 “햇볕 할래, 맛 좀 볼래?“를 구사할 것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북한 권력층의 사고(思考)의 경직성, 그들의 특권체제를 온존(溫存) 시키려는 방어적 기제(機制), 그들의 바뀜 없는 인적(人的)구성으로 보아 그렇게 전망한다. 한 마디로, 관성(慣性)의 법칙이 작용할 것이란 이야기다.

김정은 체제는 그렇다면 안정화 될 것인가, 흔들릴 것인가? 이런 방식의 질문은 그러나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양단간의 질문을 두고 견해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대북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두고 또 다른 남남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정이냐 불안정이냐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정은 초기는 권력층의 위기의식이 만들어가는 '집안 다지기' 단계가 될 것이다. '집안 다지기'를 위해서는 김정은 우상화, 감시체계(surveilance) 강화, 선군정치(군사독재, 계엄통치) 강화, 주민 세뇌(洗腦)를 위한 선전선동, 대중동원(mass mobilization) 강화, 외부의 적에 대한 적개심의 가일층 고취가 필수적이다. 이것은 일종의 ‘강제된 안정화’인 셈이다.

반면에, 그렇게 나가는 한 주민생활 개선은 요원하다. 그리고 주민의 생각도 궁핍해 질수록 더 ‘아이 대장'에 대한 ‘카리스마 불인정(不認定)’ 쪽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관심은 이미 “먹고살기 바쁜데...“ 하는 쪽으로 가 있다. 평양 특권층 먹고 사는 방법과 주민 먹고 사는 방법이 갈수록 더 따로 갈 것이다. 외부 세계에 대한 주민의 눈 뜸도 더 많이 진행될 것이다. 이것은 주민 차원의 ‘불안정 요인’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강제된 안정화’와 ‘불안정 요인’ 가운데 어느 것을 기준 삼아 우리의 대북 정책을 짤 것인가 하는 것을 두고서 우리의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위험성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당분간은 이렇게 저렇게 졸속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정은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대남 기조를 확정지을 것인지를 적어도 2012년의 새 정권 출범 때까지는 두고 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내년에 보수정권이 들어설지 좌차 정권이 들어설지도 모르는 판이다. 보수가 집권할 때와 좌파가 집권할 때에 따라 북의 대남 전술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같은 과도기일수록 꼭 무엇을 서둘러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을 하지 않는 것도 수(數)다. 무슨 일을 벌이지 않고는 안절부절 백이질 못하는 호사가(好事家) 취미가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민간차원에서는 다르다. 민간사회는 북한주민의 행복추구권이라는 기준에서 더 정력적으로 북한의 폭압체제와 인권압살과 ‘굶주림의 체제’를 고발해야 한다. 그리고 얼어붙은 북녘 땅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간조건을 구현하라고 온 지구시민사회(global civil society)와 더불어 외쳐야 한다.

아울러 북한주민에게 더 많은 외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 권력층 차원의 ’강제된 안정화‘가 북한주민 차원의 ’불안정요인‘을 일일이 다 통제할 수 없게 될수록 그것이 북한주민에겐 희망의 싹이 될 것임을 믿으면서. 결국은 또 시간과의 싸움이다. (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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