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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한명숙씨가 새 민주당(민주통합당) 대표가 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한미 FTA는 굴욕적인 불평등 협상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하겠다.”

폐족을 선언했다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와 ‘도로 열린우리당’을 성공적으로 재건한 노무현의 사람들. 왜들 이러나?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지만, 한명숙 대표도 해도 너무한다.

정치라는 게 얼마나 거짓말 잘 하느냐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앞뒤는 제대로 맞춰놓고 해야 한다. 그런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시절 한미FTA 적극 찬성했었다는 증언들에 대해 “그때는 잘 몰라서 찬성했다”며 ‘나=무식’ 론으로 변명을 했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도 똑같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돼 1차 타결이 됐던 정책이고, 당시 총리를 지낸 한 대표는 자신이 당시 한미FTA 협상 타결을 맡은 사실상의 당사자였다.
한 대표가 노무현 정권 총리로서 한미FTA와 관련해 했던 많은 발언들 가운데 몇가지만 모아 보자.

“양국 정부 모두 협정 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특히 양국 기업인들의 바람이 절실한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2007년 1월30일 한미FTA민간대책위원들과의 오찬 자리).

“개방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이며,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미FTA는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체제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과제입니다.”(2월5일 임시국회 연설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한미FTA와 관련해 이번 7차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여 8차 협상에서 최종 타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미FTA 타결을 위해 전 부처가 함께 뜁시다.”(2월20일 국무회의)

“3월8일부터 개최되는 한미FTA 8차 협상에서 한 양국의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된 최종협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개방한 나라가 성공한 경우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문을 열지 않고 성공한 경우는 한번도 없습니다…개방과 경쟁을 통해 우리 경제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만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총리 퇴임직전인 2월27일 국무회의)

이외에도 당시 한 촐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 체결은 위험한 기회다. 위험하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고 “한미FTA는 너무 과도한 이념적 접근을 해서는 안되며 실사구시적으로, 경제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피해 부분만 보고 반대를 하면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도 발언했다.

이런 한 대표가 이제 와서 한미FTA 폐기를 선언하면서 했다는 변명이 실로 놀랍다.
“총리를 하면서 한미FTA이 체결될 경우 각 분야에 돌아갈 폐해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점을 후회합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이른바 “그때는 나는 무식해서 몰랐다“며 ‘무식=유죄, 나=무죄’라는 궤변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가! 이렇게 무식한 사람들이 총리도 하고, 당시 집권당 의장도 하면서 정권을 쥐고 흔들었단 말인가.

이런 그들이 다시 정권을 쥐게 된다면 과연 한미FTA 폐지와 재협상을 밀고나갈지, 아니면 ‘정권을 다시 쥐었으니 노무현 정부의 정신을 계승해 그냥 밀고 나가겠다“고 할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한미FTA 폐기’에 관해 재협상, 폐지, 혹은 반대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노무현 정권 당시 끝까지 반대를 외쳤다는 고 김근태씨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현 안희정 충남도지사처럼 말해야 노무현 정권의 계승자들로서 도리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의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지지를 보낸 안 지사는 “한미FTA에 대해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기 때문에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한미FTA를 찬성하면 보수이고, 반대하면 진보인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라고 발언했다.

노무현재단 성명서의 온갖 수식어를 다 걷어내면 결국 노무현 정부와 MB정부에서 재협상된 한미FTA의 차이는 자동차, 돼지고기, 그리고 의약품 시장에서의 개방속도를 조금 늦춘 것뿐이다.그 이외 온통 나라를 들끓게 한 ISD(투자자국가간분쟁해결제도) 조항을 비롯해 99.99%는 똑같은 내용이다.

그럼에도 한명숙 새 대표는 한미FTA 폐기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니 걱정이다.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가 또 다시 한미FTA 폐기를 두고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그게 너무너무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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