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대기업 회장의 횡포'vs'신 성장 전략' 팽팽한 대립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제 등으로 경영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올해 공격적인 투자로 제3의 빅점프를 꿈꾸던 SK그룹이 암초를 만났다.

SK그룹의 수장으로 SK그룹의 글로벌화를 이끌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정에 선 것이다.

특히 SK그룹은 올해 '글로벌 도약 원년'을 선언, 다각적인 대응책과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극복해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었으나 자칫 수장을 잃을 수도 있는 처지에 놓여 촉각이 곤두서 있다.

SK그룹의 각 계열사는 최 회장 지시에 따라 올해 글로벌 성장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하이닉스를 포함한 전 계열사들이 수립한 투자규모는 총 19조1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총 투자액인 9조원보다 1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하이닉스 인수 비용인 3조4000억원을 제외하고도 16조원에 육박하며 3조원에 불과하던 10년 전에 비해 6배가 넘는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러한 최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는 그동안 통신과 정유에 기반을 두었던 SK그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지난 1~2월 SK이노베이션 등 7개 제조 계열사의 추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14조9000억원 매출에 10조6000억원의 수출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7조8000억원에 비해 약 36% 증가한 것으로 역대 1~2월 실적 중 최고치다. 수출 비중도 71.1%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70%대를 넘어섰다.

SK그룹 제조업 계열사(하이닉스 제외)의 수출은 10년전인 2002년만 해도 5조원대에 불과했으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함께 최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한 2007년 20조원에 이어 2009년 23조원, 2010년 29조원 등으로 급성장했다.

수출 비중도 최 회장 취임 전인 1997년 30.8%에 그쳤으나 2006년 50.3%로 처음 50%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56.4%로 높아졌다. 이에 더해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4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수출 비중도 62%로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이같은 성과는 올해 초 최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올해를 글로벌 성장 원년으로 선포, 직접 발로 뛰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앞장서는 등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SK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 1월5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불구속기소된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의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검찰은 "최 회장 등은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하고 투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공모하게 된 것"이라며 "범행 당시부터 형사 책임을 검토해 소위 '바지 사장'을 내세워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다른 대기업 횡령 사건과는 다른 새로운 횡령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변호인은 "그룹전체의 성장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 펀드 출자가 이뤄진 것으로, SK그룹에 있어 펀드를 통한 투자는 신 성장 전략"라며 "자금 사용 과정에 최태원 회장이 관여한 바 없고 관여됐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일부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과다하게 지급한 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 회장 변호인은 "이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반환한 자금"이라며 "일부 자금을 최 회장이 사용했지만 불법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는 일시적인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모두진술을 통해 최 회장도 "이번 사건을 경험하면서 경영상 관리 소홀이나 개인적으로 모자란 부분에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을 철저히 해야겠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해서 오해를 풀어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할 뜻을 비쳤다.

한편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 등을 고려 15일부터 일주일 한 차례씩 여는 집중심리 방식을 통해 5월말쯤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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